이번에 방림이 인수한 디스컴텍은 휴대전화 생산에 쓰이는 LCD모듈과 유기EL 등의 시제품을 내 놓은 '개발벤처'다. 2년 전에 설립돼 그동안 연구개발에만 전념해왔다. 방림은 휴대전화 부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해 자본금을 대폭 늘려 연구와 마케팅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또 한달 안에 디스컴텍의 경영진을 개편하고 구미 공장 안에 있는 3만평 규모의 유휴 부지에 IT전용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IT산업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방림의 손상락 사장은 "방직 산업이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져 신규 사업을 하지 않고선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며 "IT사업 이외에도 여러 신규 사업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림은 올초 기획실 안에 신규사업추진팀을 별도로 구성해 그동안 ▶제약▶유통▶레저산업 등을 검토해 왔다.
방림의 경영권을 지난해 초 인수한 서재희 회장도 "경영의 활로를 열 새 사업 발굴에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림은 기존의 섬유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규사업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방림은 염색가공을 하는 서울 영등포 공장의 설비를 안산 공장으로 조만간 옮기는 등 생산체제를 정비할 예정이다. 원가절감과 고품질의 원단가공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방림은 지난 회계연도(9월법인)에 15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7년째 적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1만평에 달하는 영등포 공장을 팔아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매각 대금(1053억원)으로 회사 빚을 다 갚고도 500억원가량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한편 국내 방직업체들은 90년대말부터 중국업체에 밀려 방직협회 산하의 20여개 업체의 절반가량이 경영난을 겪으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업체로 지정되는 등 고전 중이다. 일신방직과 동일방직 등 일부 업체만이 의류와 패션산업 쪽으로 눈을 돌려 흑자 기반을 다지고 있을 뿐이다.
고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