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십자 식량지원 타결의미 - 한반도에 화해무드 조성 첫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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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이 적십자 접촉에서 대북(對北) 직접지원에 합의한 것은 양측 모두 회담성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남북한이 서로의 요구사항을 제시,후속접촉에서 의견접근을 이룬 점은 앞으로의 남북대화에 좋은 선례를 남겼다.4년9개월만의 적십자 접촉에서 합의가 이뤄져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를 제대로 가동키로한 것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회담에서 우리측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場)에 불러들이는데 성공했다.

한적의 옥수수 1차분 4만 제시는 북측이 1차접촉에서 요구한 지원품목과 물량.시기를 받아들인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에앞서 우리측은 지난 16일 유엔의 3차 대북지원에 옥수수 5만과 분유3백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회담 당일인 23일 남북협력사업자를 추가 승인하는등 유화조치를 취했다.북한도 날로 악화되는 식량난등 현실을 감안해 전례없이 신축적 입장을 보였다.

남한 물품의 생산지 표시를 허용키로 한 것은 대표적인 예.라면의 경우 지금처럼 남한상품 포장을 벗기고 재포장하는 비용이 10%에 달해 그만큼 북한에 돌아가는 몫이 줄어든다는 점을 북측이 이해했다.중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옥수수의 경우는 반대로 남한물품으로 재포장할 경우의 비용을 감안,우리쪽에서 거둬들였다.그러나 회담장이 판문점이나 서울.평양이 아닌 제3국에 차려진 점이나 판문점을 통한 물품수송,한적요원의 현지실사(實査)등이 관철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적을 통한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과 정부의 대북지원은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공은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우리측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라는 점을 감안,북한의 요구를 다소 무리하게라도 들어준 만큼 남북대화와 화해무드 조성에 대한 북측의 성의표시가 있을 것이란 기대다. 베이징=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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