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땅서 母子 눈물 상봉 - 귀순 김원형씨 8순 노모에 47년만의 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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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감사합니다.감사드립니다.” 지난 13일 서해상으로 탈북,귀순한 김원형(金元瀅.57)씨의 노모 차순덕(車順德.82.미 뉴욕 거주)씨는 22일 아들 金씨를 만나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며'감사'를 수없이 되풀이했다.47년동안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던 헤어짐의 아픔이 한순간 풀리는 순간이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한국프레스센터 19층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金씨는 노모 車씨가 쌍둥이 동생 인형(仁瀅.뉴욕.상점 경영)씨와 함께 들어서자 어머니 앞에 큰절을 올렸다.그리곤 세 모자가 서로 부둥켜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6.25 전쟁이 한창이던 50년 피난길에 생이별을 했다.당시 金씨의 나이는 10세. 지난 91년 방북한 어머니를 신의주에서 단 한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진정한 상봉을 위해 그후로도 6년의 세월이 흘렀고 머리는 어느새 백발이 돼버렸다.

팔순의 어머니는 한동안 눈을 감은채 말을 잇지 못했다.애태움의 세월을 반추하는 듯했다.

평양에 거주하던 車씨는 전쟁이 일어나자 원형.인형 형제와 자신의 여동생을 데리고 서울의 남편(김길준.주일 한국대표부 대표 역임)을 찾아나섰다.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원형씨는 인파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어머니가 아들의 생존을 확인한 것은 지난 90년.車씨 여동생이 남편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을때 수소문한 끝에 원형씨가 신의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팔순의 어머니는 눈을 감은채 한동안 흐느끼다“자나깨나 네가 무사히 넘어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했다.이 은혜를 영원히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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