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속 사업확장 '禍자초' - 끝내 무릎끓은 면방大父 대농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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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면방업계의 대부격인 대농그룹이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극심한 자금난을 자력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에 구원요청을 했고 은행이 이를 받아들인 것. 대농이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은 면방업 경기악화에 따른 매출부진속에서도 빚을 얻어 무리하게 계열사를 늘리는등 사업확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농그룹 모체인 ㈜대농은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탄탄대로를 달렸다.그러나 8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면방업 경기악화가 겹치면서 경영실적이 급속하게 나빠졌다.96년 한햇동안 4천7백67억원 매출에,2천9백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

과다한 빚은 더 큰 문제였다. 96년의 경우 연간 매출액과 부채규모가 똑같이 1조3천억원이었다.자기자본비율이니,부채비율이니 따져볼 필요도 없이 이정도의 재무상태라면 정상경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대농그룹은 90년대 들어서만 메트로콤등 10개의 계열사를 새로 세우는등 무리한 사업확장을 추진했다.

현재 모기업의 위치에 있는 미도파도 대농그룹의 부실화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유통시장 개방과 함께 등장한 각종 할인점과의 경쟁속에 상계점만이 소폭의 흑자를 냈을뿐 나머지 점포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지난 1월 신동방그룹과 성원토건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느라 계열사를 동원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것이 대농그룹의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켰다.이 과정에서 대농측은 계열사인 메트로 프로덕트와 대농중공업을 내세워 5백3억원,성원토건으로부터 7백85억원등 총 1천2백88억원어치의 미도파주식을 사들였다.이를 위해 종금사등에서 급전으로 끌어댄 자금이 1천2백억원이 넘다보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자금난이 가중된 것. 이 때문에 금융계 일각에선“당시 대농그룹이 미도파의 경영권을 넘겼더라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아무튼 ㈜대농등 4개사는 부도방지협약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일단 부도 위기는 모면했다.그러나 앞날을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그룹 총매출액의 81.2%를 차지하는 ㈜대농과 미도파의 경영상태가 호전되기 전에는 그룹자체의 정상화가 어렵다.

대농그룹은 현재 관악골프장과 신갈 그룹연수원,광화문 당주빌딩,세검정 미도파 체육관부지등 보유부동산부터 우선 매각하는 자구방안을 강구중이다.신갈그룹 연수원의 경우 이미 하나은행이 사들이기로 했다.또 계열사중 대농유화.대농창투등 6~7개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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