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120억 출처파악 전력 - 김현철씨 보강수사 서두르는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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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구속시킨 검찰 관계자들은“김현철(金賢哲)씨 구속으로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이 품고 있는 의혹에 비해 검찰 수사로 드러난 현철씨의 혐의내용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여론을 수용,보강수사로 남은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수사과정에서 꼬리가 잡힌 현철씨 비자금 1백20억원의 전모를 추적하겠다는 입장이다.현철씨가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에게 맡겨 관리한 50억원과 한솔 조동만(趙東晩)부사장에게 맡긴 70억원이 입출금된 계좌를 찾아내긴 했으나 그 출처는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현철씨와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은 사전에 말을 맞춘듯“밝힐 수 없다”“구체적인 것은 모른다”며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중 상당액이 92년 대선자금의 잔여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로부터 얼마씩을 받아 조성한 것인지,당시'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의 선거자금을 유용한 것인지 여부등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돈의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의 실체가 일부나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그러나 대선자금 추적은 현철씨의 비자금을 밝히기 위해 불가피한 부분에만 국한할 것이며 현 대통령 임기중 대선자금의 전체를 조사하지는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50억원과 70억원의 입금시점이 각각 93년말과 94년 중반인 점에 비춰 이중 일부는 문민정부 출범후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럴 경우 이권청탁과 관련된 대가성 있는 자금인지의 여부를 가리기 위한 보강조사는 불가피하다.

검찰은 이를 위해 중수부 수사관및 은행감독원 직원으로 이뤄진 계좌추적반을 기소시점까지 계속 가동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1백2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현철씨의 국정개입및 각종 이권개입 부분등에 대해선 여전히 의혹이 남아있기 때문이다.특히 현철씨가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때 자신의 계파를 형성,상당액의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있는 상태다.검찰은 현철씨가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캐다보면 자연스레 이같은 의문들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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