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넘은 망언 … 외교 마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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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7·사진) 도쿄도 지사의 망언병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가 12일 도쿄 외신기자 클럽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합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외교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시하라는 평소 외국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2006년에는 미국을 방문해 “중국은 생명에 대한 가치관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국이 전쟁을 하면 중국에 이길 수 없다”고 발언해 양국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일본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해방됐다”며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을 도리어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하라는 1999년 처음 도지사에 선출됐다. 소설가 출신의 극단적 보수 정치인인 그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계속하는가 하면 일본의 재무장 등 보수층을 자극하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는 2001년 중학교 역사교과서 파문 때는 우익단체인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지원하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지만 그는 2007년 4월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51%의 득표율로 도쿄도 지사 3선에 여유 있게 성공했다. 선거전 도중 이시하라는 아들의 해외 출장에 도쿄도의 경비가 지출된 사실이 드러나 고전하기도 했으나 그를 구해준 것은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결집이었다.

평소 극우 발언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은 그는 일본의 각종 보수 언론에 출연하거나 기고를 통해 대중을 자극한다.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강한 대리만족을 안겨주는 것이다. 그는 보수 언론에서 “북한의 핵 개발 등 도발적인 사태는 잠자는 일본인을 깨워주고 있다”며 일본의 군비 확장도 촉구해 왔다. 중국을 견제하는 분위기에 편승해서는 “중국인들의 유전자에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발언도 했다.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한·일 사이를 이간하는 발언도 수시로 쏟아낸다. 그는 “한국민들이 원해서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했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놓고 2004년 자위대 기념식에서는 외국인을 겨냥해 “제3국인들의 흉악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발언해 국제적인 비난을 사기도 했다.

중국의 북한 통합 망언도 북한 주민은 물론이고 한국민을 자극하는 발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수 우익들을 선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내뱉고 있는 것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이시하라 도쿄도 지사의 망언

■“ 일본에서 제3국인들의 흉악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2004년 자위대 기념식

■“ 난징 대학살은 중국이 꾸민 사건으로 희생자는 없었다.” -2006년 일본 언론

■“ 핵무장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 -2007년 산케이 신문

■“ 일본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해방됐다.” -2008년 AFP 회견

■“ 중국이 북한을 통합하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2009년 외신기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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