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속되는 대통령 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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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현철(金賢哲)씨가 한보사건과 관련한 명예훼손사건의 고소인자격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지 84일만인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청사에 다시 불려왔다.그는 권력핵심의 주변인물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비리혐의가 드러나 구속을 눈앞에 두고 있다.

金씨의 구속은 우리의 전통적 정서로는 불행하고도 충격적인 일이지만 역사적.사법적.정치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우선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권력형비리로 구속되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어떤 의미에서 대통령은 전제왕조의 통치자보다 더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그런 대통령의 아들이 비리혐의로 구속된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대통령 재임기간중에 그의 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것은 사법권의 행사에 새로운 장(章)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 金씨의 사법처리는 그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정치사회적 의미도 크다고 볼 수 있다.대통령의 아들로서'소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고,주변에서는 이를 이용한 것이 검찰의 수사로 확인됐으니 우리의 정치적 사회적 치부가 드러난 셈이다.다시 말해 그의 구속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한 측면도 갖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의 사법처리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그에게 쏠린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사법처리대상이 되는 이권개입 외에는 한보사태와의 연관성도 밝혀진 것이 없고,국정개입.국가정보유출 등의 혐의도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단서가 드러난 대선자금 잔여금문제도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정치권에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며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물론 수사상의 어려움이 있고,인사개입이나 대선자금 등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검찰은 기소전까지도 수사력을 총동원해 의혹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사법처리 대상여부에 관계없이 그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기를 바란다.검찰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을 때 난국수습의 길도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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