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국민과 소통 중시’ 오바마의 모델은 루스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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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20일)을 일주일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요즘 안 나타나는 곳이 없다. 의회와 TV·라디오는 물론 인터넷 동영상 웹사이트 유튜브에도 등장한다. 이런 오바마의 행동은 미국 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대공황 극복 전략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오바마는 취임사를 준비하면서 루스벨트가 사용했던 단어들과 말투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보좌관들은 “오바마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루스벨트는 대통령 취임 후 매주 라디오에 나와 국민들에게 정책을 자세히 설명했다. ‘노변담화(爐邊談話)’로 알려진 정책설명회에서 루스벨트는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위기 상황에서 의회가 신속하게 부양책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실업률이 25%까지 치솟는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인들에게 낙관주의를 심어줬다. 오바마도 5일 워싱턴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의회를 찾아가 8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신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오바마는 내각과 백악관 경제 보좌관들도 언론에 나서 경제위기의 심각성과 대처 방안을 밝히게 했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내정자는 최근 유튜브에 나와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또 지지자들에게는 정례적으로 오바마의 정책을 e-메일로 전달한다.

오바마의 보좌관들에 따르면 오바마는 최근 뉴스위크 선임 편집자인 조너선 앨터의 『결정적 순간(The Defining Moment)』을 읽었다. 이 책은 루스벨트가 취임 100일 동안 미국을 경제위기에서 살리기 위해 취한 각종 정책과 함께 루스벨트의 정치적 결단을 소개했다. 오바마는 이 책에서 대통령이 경제위기 때 어떻게 국민을 안심시키고, 정책을 알려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NYT는 전했다.

윌리엄 로이히텐버그 노스캐롤라이나대 역사학 석좌교수는 “오바마가 취임사에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밝힌다면 임기를 순탄하게 출발할 것”이라며 “루스벨트는 1933년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대담하고 효율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오바마 정권 인수팀은 국민에게 정책을 분명히 알리려 한다”며 “지금은 미국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지도자가 신속히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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