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사 정독하며 마음 각오 - 소환 앞둔 김현철씨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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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출두를 하루 앞둔 14일 김현철(金賢哲)씨의 서울종로구구기동 구기하이츠빌라 103호 주변은 청와대의 담당 경호원만 눈에 띌 뿐 적막했다.

현철씨 측근들은 검찰소환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사실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그러면서도“대세가 사법처리면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체념조의 반응이다.

측근들은 현철씨가 한보수사 초기만 해도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고'표적 수사'라며 반발했지만 요즘에는 평온한 몸가짐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고 전한다.

특히 그의 학교 선배 기업인들이 검찰조사를 받는데 대해“나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 소환조사=구속'이라는 등식을 의식한 여론순화용인지 모르나 주변에서 전하는 얘기들은 대개 이렇다.

현철씨와 관련해 비공개리에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은 기업인들이“대가성 자금의 제공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현철씨와 가까운 한 인사가 말했다.여권의 한 관계자는“현철씨는 자신에 대해 냉소적이고 적대적인 여론 분위기를 뒤늦게야 깨달은 것같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청문회 당시 A4용지 30장 분량의 답변서를 준비했던 것과 달리 아무런 준비없이 담담히 검찰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변호인들로부터 특별한 조언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다만 검찰수사와 관련된 보도내용을 꼼꼼히 읽고 있다고 한다.

요즘 현철씨는 집에서 성경을 읽으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철씨의 한 측근은“한보사태이후 金씨가 성경을 가까이 하고 있다”며“구약편의'욥기'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신으로부터 시험받아 재산을 빼앗기고 병까지 들었다가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받게 된'욥'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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