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金利 일제 하락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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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어들면서 장.단기금리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있다.시중자금사정도 여유를 되찾고 있다.

3년만기회사채 유통수익률은 4월말 연 12.5%에서 계속 조금씩 하락해 12일에는 연 12.28%를 유지하고 있다.하루짜리 콜금리도 4월말 연 14.16%에 달했으나 5월 들어 연 12~13%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12일에는 교육부의 교부금등 1조4천억원 이상의 재정자금이 쏟아져 나와 금리는 금주에도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날 한국은행은 지난 8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기 위해 매각했던 1조3천억원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만기분중 7천억원을 다시 묶었다.

금융계는 금리가 떨어지는 주원인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경기침체로 기업들의 신규투자가 줄어들면서 특히 설비자금수요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발행도 감소하고 있다.이달중 새로 발행할 예정인 회사채물량(계획치)은 모두 9천1백90억원으로 4월의 1조2천2백92억원(실적치)보다 25% 이상 줄어들었다.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회복되자 일부 대기업들의 현금사정도 다소 나아졌다.

운전자금을 빌리려는 수요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자금가수요 현상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한보사태를 계기로 시중에 워낙 많은 돈이 풀린 데다 앞으로도 급격한 통화긴축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편 신용이 좋고 영업실적이 호전되고 있는 기업들과는 달리 한계기업들은 한보사태 이후 까다로워진 여신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해 빈사상태에까지 이르는 실정이다.

또 시중은행들은 한보사태 이후 가계를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에 눈을 돌리고 있으나 개인대출이 활발하지 않아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신한은행 한동우(韓東禹)상무는“기업이나 개인이나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자금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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