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7.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 - 이모저모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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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의 시작을 앞두고 김윤환 고문은“오늘은 좀 재미있게 할 게”라고 말했다.TV카메라가 돌아가고 토론회가 시작되자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그는 거침이 없어 보였다.

패널리스트는 벽두에“킹메이커라고는 하지만 金고문이 만든 두명의 대통령이 모두 실패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후속질문으로는“책임지라”는 추궁이 준비돼 있었다.그러나 金고문은 “이번만은 실패하지 않으려 한다”고 받아넘겼다.“허주(虛舟.金고문의 아호)라는 빈 배에 누구를 태울 생각이냐”고 묻자“누굴 태울지,내가 탈지 봐야 겠다”고 능청스럽게 응수했다.

“13대 총선때는 돈이 남아 선거후에 요긴하게 썼다”는 등 패널리스트들의 의표를 찌르는 답변도 튀어나왔다.팽팽하던 토론장의 긴장감은 일변했다.잔뜩 굳어 있던 金고문의 부인 이절자(李節子)씨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다.

이웅희(李雄熙).김종하(金鍾河).양정규(梁正圭).윤원중(尹源重)의원등 金고문과 가까운 의원들의 표정에도 미소가 번졌다.토론회에는 신경식(辛卿植)정무1장관.박범진(朴範珍).이국헌(李國憲)의원과 김태호(金泰鎬).권해옥(權海玉)전의원,최문휴(崔文休)씨등 원외위원장들도 참석했다.

…金고문은 거꾸로 패널리스트들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예봉(銳鋒)을 피하는 테크닉도 구사.이수성(李壽成)신한국당고문의'TK원조'주장에“왜 그런 얘기를 했다더냐.무슨 뜻이냐”고 물어 질문자와 답변자가 뒤바뀌는 상황을 만들어 냈고,“정치인이라기보다 정략가가 아니냐”는 질책성 질문에는“6.29도 만들어 내고 지방자치제 실시.문민정부 출범등에 기여했는데 술수만으로 가능했겠느냐”고 되물으며 위기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을 면회하러 갔었느냐는 물음에는“안 갔다.그 때문에 의리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인간적으로 많은 고뇌를 하고 있다”며 곤혹스런 표정.하지만 이 대목에서도 金고문은“5.18특별법을 만들어 역사를 바로세우자는 국민적 대의를 거부할 수 없었다”면서 공격을 피해 나갔다.그는 토론회가 끝난 뒤 “全.盧 두 분 전직 대통령이 형무소에 있는데 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고 할 수 있겠느냐라는 말을 하려 했으나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金고문은“3金 못지않은 구시대 정치인인데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따지자“그분들은 35년간 정치했고 나는 이제 20년 했는데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항변.이어“20년 동안 4개 정권을 거치면서 여권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나뿐”이라며“나에게는 안정감과 위기관리능력이 있다”고 자찬. 또 박정희(朴正熙).전두환.노태우.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점수를 매겨 보라는 주문에는“회고록에 쓰겠다”며 답변을 유보. 金고문의 동생이 지난 총선에서 자민련후보를 지지했음을 상기시키며 수신제가(修身齊家) 문제를 지적하자“아들도 마음대로 안되는데…”라고 金대통령과 김현철(金賢哲)씨의 관계에 은근히 빗대 자신의 문제를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며 좌중(座中)의 웃음을 유도. 한편 金고문이 재산등록때 신고한 이순신(李舜臣)장군.김구(金九)선생 글씨의 소장경위에 대한 문답도 오갔는데 金고문은“김구 선생 글씨는 기자시절 일본특파원때 얻었고,이순신 장군 글씨는 표구상에게서 받았는데 진품인지 의심스럽다”고 해명. …金고문은 대선자금등 민감한 부분에는 철저하게 무관함을 주장.그는 金대통령의 대선자금 모금에 대해“나는 돈하고는 관계없다”고 정색.그는“대선자금의 전모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당에서도 쓰고 캠프(사조직)에도 있을 거고…”라며“포괄적으로 밝히고 여야가 정치적으로 타협해야 한다”고 타협론을 제시. 金고문의 한 참모는“언론.학계.시민단체에 대해'오는 대선에서 돈 안 쓰는 선거운동을 하기 위한 방안을 제공해 달라'는 공개제안도 준비했는데 빠졌다”고 아쉬워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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