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 영국 극복사례 - 복지비 줄이고 외국기업들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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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을 휩쓰는 대량실업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경제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유럽평균실업률 10.8%에 훨씬 못미치는 6.8%의 낮은 실업률과 최근 30년래 가장 낮은 인플레율이 영국경제의 건실함을 대변한다.

경제분석가들은 이대로만 간다면 완전고용에 가까운 이른바 자연실업률(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같은 영국경제의 호조는'철(鐵)의 여인'대처의 덕이다.2차대전이후 복지주의 정책은 70년대 후반 생산성 둔화와 대량실업이라는'영국병'을 낳았다.작은 정부와 세금감면,방만한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중단과 민영화,임금및 가격통제 중지등으로 요약되는 대처리즘은 영국병을 치유하는 처방전이었다.

그러나 대처리즘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시행된 것은 아니다.당장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1년여에 걸친 석탄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대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대처리즘은 일부 업종에서 조업단축과 실업이라는 고통을 겪긴 했으나 산업구조 조정과 거품제거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왔다.

과도한 복지지출과 대량실업,경쟁력 상실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자 전체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자연히 일자리도 늘어났다.

여기에 낮은 물가와 높아진 생산성을 바탕으로 외국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전략이 주효했다.한때 3백만명에 육박하던 실업자수는 현재 1백7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탄력적인 노동시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영국정부는 직업이 없으면 아무나 받게 돼 있던 실직수당을 없애고 대신 일하겠다는 사람에게만 주는 구직수당으로 바꿨다.노동조합의 주도로 경직되게 운용되던 노동시장에 시장원리가 도입되면서 단기취업자를 위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다.

다가온 영국총선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더라도 이같은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누구도 복지를 대가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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