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자금실체 정국 강타 - 92 大選 실무자 첫 직접진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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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자민련에서 말하는 2천6백억원의 절반 이하지만 회계보고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를 사용했다”는 김재덕(金載德)씨의 29일 증언은 당시 관계자로서는 최초의 직접진술이다.

14대 대선 법정선거비용은 3백67억78만원이었고 金대통령측은 선거뒤 2백84억8천4백65만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金씨의 앞뒤 발언을 종합하면 1천억원대를 넘거나 이에 육박하는 액수로 추정된다.

金씨가 짚은 규모에도 허수(虛數)는 있다.金씨 말대로“그 돈엔 당 직원 월급.활동비.특별활동비등도 포함됐다”면 이중 상당액은 법정선거비용과 별개의 정상적 정당활동비로 분류할 수 있다.그러나 공조직 운영비용 외의 사조직 가동비용을 감안하면 전체 자금규모에 대한 의혹은 더 부풀어 오른다.

여권 내부에서도 사조직에 투입된 돈이 공조직 운영비용에 버금간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金씨가 밝힌'회계보고액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공조직 가동비용 전부냐는 부분에도 이설(異說)이 있다.자금계획에 간여했던 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29일“金씨는 일부분밖에 모른다”고 밝혔다.

金씨는“공식자금은 모두 내손을 통해 나갔다”고 했지만 이 관계자는“金씨는 경리실장-경리1부장-실무자 2인으로 이어지는 라인중 실무자 1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金씨의 발언은'미묘한 시점에 터져나온 중대발언'으로 여러 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그의 발언은 92년 대선뒤 있었던 여러차례의 간헐적 폭로가 중첩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95년 11월에는'한겨레21'이 선대본부 내부문서를 인용,“홍보파트에서만 5백35억원을 사용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자민련은 올해초“공조직 선거비용이 2천6백억원대였다”고 주장했다.이달 들어서는 한보청문회에 나온 박태중(朴泰重)씨가“나사본 총괄본부 사무국장으로서 인건비등 20억원을 사용했고 이는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런 발언.폭로들의 누적 외에도 대선자금을 둘러싼 최근 정국은 가파르기만 하다.한보게이트 이후 현정부의 신뢰도는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이런 상황과 정국 반전의 필요성등을 감안해 지난주 어떤 형태로든 대선자금 문제를 거르고 넘어갈 것임을 시사해놓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金씨의 발언이후 양자택일의 선택에 몰렸다.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느냐,차제에 대선자금 문제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느냐다.일단 29일 밤 金씨의 해명회견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고민하는 모습이다.

야권은 일단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국민회의는 29일 대선자금의 공개를 다시한번 촉구하고“특히 한보와 노태우(盧泰愚)씨로부터 받은 돈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고 나섰다.

자민련도“공조직비용만 최소한 4천억~4천5백억원에 이른다”고 강공을 폈다.

金대통령의 하야는 바라지 않는다는게 야권 두 金총재의 심중이라지만 대선자금 만큼은 먼저 원칙을 허물지 않겠다는 모습이다.한보 정국에서 대선자금 정국으로 넘어갈지,이를 단축하고 정치관계법 개정등 제도개선 정국으로 넘어갈지 향후 2~3일이 고비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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