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뉴타운 공약’ 재판, 공약 남발 막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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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뉴타운 공약’이 법원의 재판대에 오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는 그제 한나라당 정몽준·안형환 의원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해 민주당이 제출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결정은 선거 공약의 진실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검찰의 정치적 판단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주목된다.

뉴타운 공약은 한나라당이 172석의 과반 의석을 얻는 데 크게 기여한 주요 공약이다. 집값이 오르던 당시 상황에서 뉴타운 공약은 서울 지역 유권자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여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하지만 막상 총선이 끝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의원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셈이다.

공약의 진실성을 두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발언의 근거가 있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음에 따라 허위 공약 논란은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그런데 4개월 만에 법원이 검찰의 결정을 뒤집었다. 법원은 “오 시장이 어떠한 동의도 한 바가 없다”며 정 의원 등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의 결정은 검찰의 판단을 반박한 것이다. 법원은 검찰과 똑같은 수사기록을 보고 반대로 결정했다. 물론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였다 해서 이것이 곧 유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결정만으로도 검찰은 ‘여당 봐주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밝혀온 ‘공명 선거’ 의지를 스스로 저버린 것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정치적으로 볼 때 선거 공약의 진실성 문제가 법률적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엉터리 부풀리기 공약이 남발돼 왔다. 정책선거를 통한 정치 발전을 위해선 공약의 엄정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원이 정책선거 정착의 계기로 삼는다는 각오로 엄정한 판단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