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렴정치회고록>인터뷰 - 10개월 걸려 집필 끝낸 김정렴씨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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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년전 김정렴(金正濂)씨는 박정희(朴正熙)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좌골신경통으로 심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치밀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무척 무거웠다.

거기에다 대통령을 따라 대부분 점심을 멸칫국물 기계국수로 때우는 가벼운 영양공급도 한 원인이었다고 그는 진단한다.바깥사람이 보면 그것은 일종의'박정희병'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73세의 金씨는 고인이 된 朴대통령 때문에 그 병이 재발했다.발병 원인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이 걸린 회고록 제2권 집필.그의 정신은 朴대통령의 영혼을 따라가면서 그 일을 버텨냈는데 노구(老軀)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무슨 마음에서 정치회고록을 쓰기로 결심했나요.“83년 경제회고록을 쓸 때는 朴대통령에 대한 격하가 심해 민감한 정치는 쓸 수 없었어요.그때 정치얘기는 나중에 쓰겠다고 책 서문에 밝혔는데 그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특별히 이 시점에서 탈고한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까.“올해는 대선이 있지 않습니까.정말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인데….朴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했는지 밝혀놓는 것이 국민이 대통령을 올바로 뽑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대통령 당선자가 참고할 수 있는 정사(正史)를 하나 남겨야겠다고도 마음먹었지요.朴대통령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게 아니라'잘된 것은 본받아 진일보하고 잘못된 것은 버려라'는 뜻입니다.”-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朴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무척 높은데.“참 기분이 좋아요.朴대통령은 혁명때부터 통치철학이 뚜렷했어요.민족중흥.조국근대화.농업발전.공업화.자주국방.수출입국등.그런 철학을 세우고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실천계획을 짜서 꾸준히 밀고 나갔지요.이런 일관성은 집권 18년동안 변하지 않았지요.이런 점을 이제는 국민이 가슴으로 느끼게 된 것같아요.” -후임자들은 왜 그렇게 지지도가 낮을까요.“그들은 그런 통치의 일관성이 없었어요.그렇게 실천하는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서도 여간해선 찾기 어려울 거예요.또 중요한 것은 청렴과 부패의 차이지요.朴대통령이 남긴 재산이라곤 육군소장때 구입한 신당동 집 한채밖에는 없었어요.” -朴대통령에 대한 추모가 짙어진다고 해서 유신.장기집권.민주탄압같은 것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질 않습니까.“그 점이 회고록을 쓰면서 제일 신경썼던 부분이에요.朴대통령의 속마음과 의지는 그게 아닌데 사람들은 물리적 결과만 놓고 얘기하거든요. 장기집권만 해도 그래요.서독의 아데나워 총리는 14년1개월이나 집권했고 독일의 콜 총리는 현재 14년7개월째 하고 있어요.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지요.60,70년대에 우리나라는 우리에게 맞는 지도자 형태를 필요로 했어요. 朴대통령이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우리는 북한에 먹혔을 겁니다.” 김진 기자

◇김정렴씨 약력

▶서울출신(73)▶일본 오이타(大分)경전(經專).미국 클라크대▶한은 조사부차장.뉴욕사무소장▶재무부 이재국장▶주미공사▶재무.상공부차관▶한.일회담 대표▶상공부장관▶대통령비서실장▶주일대사▶저서'한국경제정책 30년사'(회고록 제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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