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지침따라 증언 의혹 - 停會중 '시인할건 시인' 메모 전달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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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 청문회 저녁식사 이후 김현철(金賢哲)씨는 오전.오후에 했던 증언을 세가지나 번복했다.

오후까지만 해도“그런 일이 없다”“잘못 알려졌다”고 발뺌하던 金씨였다.

金씨의 발언번복은 저녁식사를 위한 90분간의 정회후 회의가 속개되기 직전인 오후9시30분쯤 신한국당 박헌기(朴憲基)간사가 전달한 '지침'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신한국당의'의원신문(訊問)지침'에 이은'증언지침'이 확인된 셈이다.

경위는 이렇다.朴의원은 저녁식사후 金씨가 증인석에 앉자마자 金씨를 수행한 김종수(金鐘洙.김운환의원 보좌관)씨를 불러 장시간 밀담을 나눴다.

그리고 金보좌관은 김호일(金浩一.신한국당)의원의 신문이 시작되자마자 朴의원의 지시를 메모쪽지에 적어 증인석 김현철씨에게 살그머니 전달했다.

金씨는 메모쪽지를 책상밑에 놓고 10여초간 유심히 살펴본 뒤 슬그머니 이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이때부터 金씨의 증언이 1백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金씨는 김호일의원이“부산지역 민방을 따낸 한창그룹 관계자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그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오후에“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던 증언을 뒤집은 것이다.

당 공천개입 문제도 증언이 뒤바뀌었다.저녁식사 직전“구체적으로 사람을 거론한 적은 없지만 여론조사 상황을 상의한 적이 있다”고 당 공천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던 金씨는 김민석(金民錫.국민회의)의원이 보충질의시“아버님께 상의드렸지 당에 있는 분과 상의할 필요가 없었다”고 고쳐 말했다.이 역시 朴의원의 메모가 전달된 후였다.

심우 직원인 정대희(鄭大喜)비서관의 청와대'무적(無籍)근무'에 대해서도“무적인지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다 메모때문에 헷갈린 탓인지“심우가 어려워진 이후 내가 월급을 줬다”며 엇갈린 증언을 했다.

金씨는 또 오후까지만 해도 무려 세차례나“아버님이 나에게 유학을 가라고 권유한 적이 결코 없었다”고 하다“4.11총선전후 아버님이 나에게'외국에 나가 있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한 적이 있다”고 번복했다.

철통방어에 성공하던 金씨가 굳이 증언을 번복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같은 돌출행동을 하게 된데는 '메모'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朴의원은 26일“하도 답답해 '뜻'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朴의원은“그러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지침이라기보다'시인할 것은 시인하라'는 정도의 내용이었고 개인적인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朴의원이 전달한 메모는 金씨가 시종 부인으로 일관해 여론이 좋지않자 청와대나 당 고위당직자의'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의 한 여당의원도“간사인 朴의원의 행동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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