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한국시장서 쓴맛 - 저가브랜드 35억어치 들여와 절반도 못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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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내 진출 여부로 초미의 관심을 끌고있는 미국 월마트의 상품이 국내 유명백화점에서 재고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 2월말 세계 최대 할인점 유통그룹인 월마트 상품 60여개 품목 4백만달러(약35억원)어치를 들여와 서울 잠실점과 부산점에서 판매해왔으나 10억원어치만 팔리고 25억원어치는 지금껏 재고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잠실점은 그나마 매장을 폐쇄했고 재고를 부산점으로 모아 처분중이다.미국에서 매출 1위를 자랑하는 유통업체의 상품치고는 한국 소비자들의 푸대접이 이만저만 아닌 셈이다.

롯데는 당초 월마트 상품 수입을 매년 늘려나갈 계획이었으나 첫해부터 브레이크가 걸리자 아예 수입계약을 중단해버렸다. 롯데 관계자는“월마트는 미국에서 저소득층을 겨냥한 저가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백화점의 고급 이미지와 맞지 않았던게 매출부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월마트 상품이 가격은 파격적으로 싸지만 품질이 열악하다는 반응 때문에 외면당했다는 지적이다.

월마트 상품은 국내 유통업체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값이 싸 수입 당시만 해도 그 위력에 관심이 쏠렸던게 사실이다.

롯데가 월마트에서 수입한 가격에 25~30% 마진을 붙여도 국내 할인점보다 훨씬 쌌다.국내 할인점업계 마진(8%안팎)의 3배이상을 붙여도 판매가격은 오히려 낮은 현상이 빚어졌으니 월마트의 가격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그런데도 품질이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평가다.국내 할인점(킴스클럽)에서는 국산 크레용 48색을 3천7백원에 파는 반면 월마트 크레용은 1천8백원으로 절반값도 안되지만 품질 열악으로 학생층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농구공도 월마트상품(1만5천4백원)이 킴스클럽의 1만8천원(국산)에 비해 싸지만 동남아산으로 품질이 나빠 재고로 남아 있다.

월마트가 국내에서'월마트'라는 이름을 쓰지 못해 상품판매를 적극 알리지 못했던 사연도 매출부진의 요인이었다.국내에서 한 중소업체가 특허청에 월마트 상표권을 이미 등록해놓고 있어 롯데측은 별도 매장을 마련했으면서도'미국상품 직수입코너'라는 궁색한 푯말로 대신하는데 그쳐야 했다.

롯데백화점에서 패퇴(敗退)한 월마트 상품이 언제 어떤 채널을 통해 다시 들어올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현재로선 월마트가 직접 진출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미국 유통전문지'디스카운트 스토어 뉴스'최근호가 월마트 35주년 기념 특집기사를 다루면서 월마트의 해외투자 대상국으로 아시아지역에서 한국과 태국이 유망하다고 보도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종태 기자〉

<사진설명>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인 월마트 상품이 국내에 들어와 마진 25~30%가 붙어도

할인점보다 싸지만 품질이 기대에 못미쳐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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