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중국.러시아 표류 막을 리더십 필요- 영국파이낸셜타임스 22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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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때 공산주의 국가였음에도 결코 진정한 친구가 된 적은 없다.국경분쟁과 지도자들간의 의심.반목 때문에 생긴 양국간의 불편한 관계는 멀리 한국전쟁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스크바와 베이징(北京)이 보다 나은 관계를 맺는다면 좋은 일이다.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양국의 대치상태는 어느 누구의 이익도 되지 않지만 양국이 긴밀한 동맹관계에 들어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유럽과 미국은 중국.러시아를 주요한 국제기구들로부터 소외시켜 이 두 강대국이 서로 손을 잡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지금 세계는 냉전종식 이후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그러나 이 이유들중 어떤 것은 상당히 불안스런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최근 인권문제를 비롯,무역.홍콩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악화되고 있다.국가의 권위를 널리 떨치고 싶은 중국에는 현대화된 군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러시아는 이런 중국에 최신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는 세계 무대에서의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주요한 방책이다.이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를 소외시킨 상태에서 옛 소련의 위성국가들을 마구 끌어들이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중요성을 가진다.

아직 EU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는 아시아에서도 스스로 태평양국가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아태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국가와의 연대를 손상시켜 양국의 우호관계를 추구하는 것은 결코 중국과 러시아 어떤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특히 양국 모두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며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미국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중국과 러시아의 젊은 지도자들은 미국을 자본.전문가.최신 산업기술의 원천으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 두 나라가 고립된 채 함께 표류하는 것을 막는 것은 서방세계에도 큰 이익이 된다.이 상황에서 미국의 적절한 리더십이 없다면 이런 위험성은 증대될 것이다.특히 클린턴 행정부가 2차 임기중 중국에 대해 보다 일관성있는 정책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에서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특히 양국 모두 한반도 긴장완화에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그러나 서방측이 대결보다는 협력의 정신에서 중국.러시아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이런 기회는 헛되이 끝나고 말 것이다. [정리=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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