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방자치 시행위해 개선할 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나라의 일이란 중앙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지방이 맡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영국.일본과 같은 나라들을 보면 거의 모든 나라가 지방분권이 잘되어 지방자치가 잘 된 나라들이고 인도네시아.태국.중동의 몇몇 나라들은 중앙집권이 강한 나라들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잘사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리고 중앙 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지나친 감독이나 통제보다는 오히려 조정,지원 기능이 더 강조되고 있다.

민선에 의해 의회를 구성하고 장을 뽑았다고 해서 지방자치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 몇가지 사항이 우선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는 국가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해 처리하는 소위 사무위임제도가'개혁'되어야 한다.연방제 국가와는 달리 우리나라 같은 단일형 국가의 경우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특별법에 의해 중앙정부

의 기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할자치'란 말도 결국은 지방자치단체의 기능이 현실적으로 30% 밖에 되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기능이 더 많을 뿐 아니라 기관위임 사무형식을 통해 중앙이 지방을 관장하고 있다고 하겠다.현행 기관위임 사무제도를 과감히 개혁해 순수한

국가기능,즉 국방.외교.치안.화폐제도등과 같은 사무를 제외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지방에서 하는 일을 중앙정부가 너무 간섭해서는 안된다.지방자치란 지역의 특수성과 개성을 살려 자율적 운영을 보장시켜 주는데 그 장점이 있다.그러나 국가 기능이 위임사무의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일에 중앙에서 통제.감시.감독하는 일이 너무 많다.국회의 국정 감사,감사원 감사,내무부 종합 감사,총리실 감사,기능별 중앙부서 감사,어느 나라도 이렇게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를 쥐어 매는 나라는 없다고 본다.국가발전은 지방 정부의 자율적.

독자적 운영이 전제되지 않고는 결코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는 영세한 지방자치단체를 국가가 고루 지원해 주어야 한다.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은 그 단체가 처해 있는 지방재정 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서울.인천.부산 지역등은 지역 경제력이 크기 때문에 지방 경제력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중앙정부는 전국의 평균 수요 수준을 위해서도 영세한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산술적.평균적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가중치를 고려한 재정지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러한 의미에서 현행의 지방교부세 제도.국고보조금 제도.지방양여금 제도 등은

반드시 그러한 방향에서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바람직한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가.지방의 역할 분담,사무배분,조직,인사,지방재정력 확충,지역경제활성화등 제도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적 조치가 전제돼야 함을 우선 강조한다. 문창수〈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 필자프로필

▶38년 광주▶서울대 행정대학원▶명지대 대학원(행정학 박사)▶미국 조지워싱턴대 행정대학원 연수▶일본 자치대학교 교환교수▶행정고시 합격▶전남.충남 부지사▶광주시장▶전남지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