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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학발전기금 사용내역 투명하게 공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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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긴요한 대학발전기금의 취지가 퇴색될 위기다. 대학이 기금을 엉뚱한 곳에 전용하거나 사용내역 공개를 기피하면서 기금 운영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를 보면 발전기금이 대학의 쌈짓돈이나 다를 게 없다. 총장이나 재단 임원의 업무추진비로 전용하는가 하면, 교직원 해외여행비나 복리후생용 콘도 구입비로 기금을 끌어다 쓰는 몰염치도 서슴지 않았다. 사립대와 국공립대 가릴 것 없이 집행 내역을 공개하는 대학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학 발전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열악한 재정이다. 그러다 보니 각 대학은 발전기금 모금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립대만 해도 재작년에 모은 발전기금 규모가 5323억원으로 일반회계의 26%에 해당할 정도다. 오죽하면 대학총장의 업적이 발전기금을 얼마나 끌어왔는가로 평가되겠는가. 문제는 대학이 기금 모금에 혈안이면서도 정작 기금 사용의 투명성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고도 기금 모금 활성화를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부산대에 305억원을 내기로 했던 개인 기부자가 목적과 다른 용도로 기금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기부 약속 무효소송을 내는 어이없는 일이 왜 생겼겠는가.

발전기금 모금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집행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옳은 수순이다. 기금 집행 내용 공개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는 법적 허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초·중·고교 학교발전기금은 사용명세 공개를 의무화하면서 대학이라고 예외를 인정해서야 되겠는가. 기금재단 이사회에 외부 인사 선임을 의무화해 대학의 기금 부당 전용을 원천 차단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열악한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기여입학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긴 하다. 그러나 대학발전기금의 투명한 관리와 집행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기여입학제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고 본다. 대학이 발전기금의 불투명한 운영 시스템에 대한 자성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서둘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