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금값 꿈틀 … 다시 보자‘원자재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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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제 유가가 지난해 12월 31일 급등한 데 이어 연초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 정세의 불안 탓이 크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가세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유를 중심으로 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등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에 눈길을 줄 만한 요인들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무서운 속도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말 거래에서 14% 오른 데 이어 올해 첫 거래에서 4% 가까이 상승했다. 또 금값도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세에서 벗어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자 급락세로 돌아섰다. 7월 한때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던 국제 유가는 35달러까지 내려왔다. 온스당 10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금값도 지난해 11월 한때 712달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원자재 펀드의 3개월 이상 수익률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3개월 평균 손실률이 마이너스 28%인 데 비해 골드 펀드를 뺀 나머지 대부분 상품 펀드는 마이너스 30~40%대의 손해를 봤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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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곡물 펀드와 금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특히 곡물 펀드는 14%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1.9%를 기록한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제한 달러 공급 정책으로 인해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면 원자재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원유 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마저 예상돼 지금 수준에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델 게이트 미국 오펜하이머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전문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배럴당 100달러도 지속 가능한 가격대가 아니지만 30달러대라는 가격도 유지될 수 없는 수준이다. 배럴당 50달러를 밑돌게 되면 OPEC는 나라 살림을 꾸려나갈 수 없으므로 틀림없이 감산에 나설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을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심해 유전의 생산 비용은 배럴당 80달러 정도”라며 “40달러대의 지금 가격 수준으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지를 못 맞추는 심해 유전부터 생산을 줄이고, 이어 OPEC가 감산에 동참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은 주가보다 변동성이 큰 편이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남수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등락폭이 큰 만큼 원자재 펀드는 다른 펀드보다 변동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원자재 펀드에 투자할 때는 먼저 펀드 구성 비율을 확인하는 게 좋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원자재 펀드가 대개 해외 원자재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이기 때문이다. 즉 원유 투자를 원하면 원유 비중이 높은 펀드를 찾으란 뜻이다.

이희성·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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