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주식(44) “봇물에 구멍이 뚫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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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중국증시 칼럼을 올립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잠시 증시를 옆으로 밀쳤지요. 그러나 증시 연구는 이 칼럼의 핵심 주제입니다. 끝까지 붙들고 있겠습니다.

올해 중국증시는 어찌 될까요?

저는 작년 봄 칼럼을 통해 상하이 주가가 1700포인트 선까지 하락한 뒤 'L'자 곡선을 그리며 장기 약세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상하이 주가는 1700선으로 밀렸다가 반등, 지금 1820선에서 거래되고 있군요. 아래는 상하이 주가 곡선입니다.

저의 분석은 간단 명료합니다.

'오는 2010년까지 비(非)유통주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쏟아지게 된다.
중국에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 물량을 소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중국정부의 증시대책 역시 '현수준 유지'에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칼럼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0102666 를 참고하십시요).

중국증시의 시장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유통주 문제는 여전히 중국증시의 '목(neck)'을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 상반기 수출감소에 따른 실물경기 악화로 비관적 요소가 더 부각됩니다. 중국증시에 별 매력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에 들어서야 중국 증시에 상승 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나마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제 친구가 중국증시 투자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차이나펀드 고집하지 말고, 다른 투자처를 물색해 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 반짝 올랐다고 '혹'하지 말고, 증권사들의 끊이지 않는 낙관적 전망에 흔들려서도 안된다. 기다려라. 기회는 꼭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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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중국비즈니스도 위기입니다.
투자사업도 그렇고, 수출도 그렇고... 모두 힘들어 보입니다.

위기의 시기, 어디에서 그 탈출구를 찾아야 할까요?

중국비즈니스의 돌파구 모색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는 14일(수) 새 해 첫 오프라인 모임이 열립니다.

이번 모임에는 KOTRA의 최고 중국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박한진 박사를 초청합니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한국 최고의 중국비즈니스 전략을 소개할 것입니다.

강연 : 박한진 박사(KOTRA 중국팀)
주제 : " 2009 중국비즈니스, 생존의 패러다임을 짜라 "
일시 : 1월 14일 수요일 오후 6시30분
장소 : 신청자에게 이메일 통지(12일 오후 통지)
신청 : 이메일 신청. woodyhan@naver.com
(신청자에 한해 장소가 통지됩니다)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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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로 들어가겠습니다. 중국증시(43)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0181982에 이어지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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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가 봇물에 구멍을 뚫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지난 12월 31일 보유 중인 중국은행(BOC)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중국 증권업계를 강타한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중국의 한 증권분석가는 '봇물에 구멍이 뚫렸다'고 말한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구멍이 전체 봇물을 터트릴 수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어났기에 봇물에 구멍이 뚤린 것일까?

UBS는 중국은행 H주(홍콩증시 상장주) 33억7800만주 전량을 팔아 치웠다. 당일 시가보다 12%가 싼 가격에 15개 기관투자가들에게 넘겼다. 매각대금 8억800만 달러. 이번 매각으로 UBS는 3년 동안 약 3억 달러의 투자순익을 챙길 수 있었다.

UBS는 언제, 어떻게 중국은행 지분을 매입했을까?
이를 추적하면 중국의 은행개혁을 접하게 된다.

아시아금융위기가 아시아 각국의 경제를 할퀴고 지나갔던 2000년대 초. 세계 금융업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중국'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중국의 각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이기지 못해 쓰러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서방 분석가들은 중국 은행권의 부실율을 20~30%정도로 추산했다. 실제로는 5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마치 중국 금융업계가 금방 무너질 듯한 기사도 여럿 나왔다.

돌이켜보면 그들의 전망은 '뻥-'이었다. 중국은 금융위기에 직면하지도 않았고, 은행이 망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오히려 중국 금융은 2000년대 들어 은행의 증시상장 성공 등을 통해 체질을 강화했다. 서방의 잣대로만 중국을 보면 꼭 헛발질을 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죽어가던 중국 은행을 살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외환보유액이었다. 서방으로부터 '금융위기설' 공격을 받고 있던 중국은 은행 재무건전화를 위한 회심의 카드를 던진다.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떼어내 은행에 쏟아붓는다는 구상이었다. 그래서 2003년 말 등장한 게 바로 '중양휘진(中央匯金)공사'였다.

중국정부는 휘진공사를 통해 어려움에 빠진 은행에 대거 달러를 쏟아부었다. 중국인민은행에 쌓여있던 외환보유액을 담보로 런민삐 채권을 발행, 그 돈으로 은행권 부실을 메꾼 것이다. 2003년 12월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에 각각 225억 달러가 투입됐고, 공상은행에도 150억 달러가 지원됐다. 이와함게 중국은 자산관리공사를 설립, 국유 상업은행이 갖고 있던 악성 부실채권을 털어냈다.

(휘진공사는 이밖에도 광다(光大)은행, 국가개발은행, 신은만국증권 등에 자본투자를 하게 된다. 작년 말에는 국유상업은행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농업은행 지원을 결정했다. 농업은행 역시 자산 구조조정을 거친 뒤 상장될 예정이다. 휘진공사는 산하 금융기관의 상장으로 투자금의 수 십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두었다. 그러기에 휘진공사는 '금융분야의 국유자산감독관리위'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같은 대규모 은행자금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각 은행들은 '클린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클린 은행' 작업에 이은 두 번째 행보는 증시상장이었다. 2005년 10월 건설은행을 시작으로 2006년 7월 중국은행, 10월 공상은행 등이 잇따라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됐다. '재무건전성 확보이후 증시상장, 이를 통한 은행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은행 건전화 프로그램이 척척 맞아들어간 것이다.

증시상장의 큰 목적 중 하나는 선진 금융기법 도입이다. 기업공개(IPO)과정에서 외국금융기관을 참여시켜 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국제 금융시장인 홍콩증시에 상장하기에 번듯한 외국금융기관의 참여도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UBS가 중국은행 지분을 매입(1.33%)한 것이다. UBS말고도 RBS(Royal Bank Of Scotland)가 8.25%, 싱가포르의 테마섹이 4.13%, 아시아개발은행이 0.2%씩 각각 중국은행 지분을 갖고 있다. 외자기관의 전체 투자액은 51억3700만 달러. 전체 지분의 16.85%에 달했다.

중국은행뿐만 아니다. 건설은행, 공상은행 등의 IPO에도 외국자본이 참여했다. 물론 H주를 사들였다.(아래는 매일경제신문 기사에서 뽑아온 것입니다)

지난 12월 31일은 중국은행 IPO의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그날 UBS가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 중국은행에 '빠이빠이'를 선언했다. UBS의 2005년 투자액은 약 5억달러. 8억800만달러에 매각했으니 3년사이에 약 3억 달러를 챙긴 셈이다.

UBS는 떠났다. 그렇다면 RBS 테마섹 골드만삭스 BOA 등 중국 은행 IPO과정에서 지분을 매입한 다른 외국투자기관들은 어떨까?

세계 경제위기가 없고, 중국증시가 상승세를 탄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의 시기다. 세계 각 금융기관들은 현금 마련을 위해 사운을 걸고 달려들고 있다. 당연히 중국 은행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싶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디엔토우(點頭.머리를 끄덕임.허가)'없이는 중국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은 머리를 끄떡이지 않고 있다. 이들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중국 증시와 금융권, 나가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에 들어왔던 '핫머니'가 빠져나가고 있기에 외국 투자회사의 대거 시장 이탈은 더 충격이다.

중국은 봇물 가둬두기에 나섰다. 금융분야 투자된 외국자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는 것이다. BOA는 단적인 예다. BOA는 지난 달 초 보유 중인 건설은행 지분(19.2%)을 전량 매각키로 했다고 중국측에 통보했다. 무려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BOA는 그러나 12월 29일 이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해야 했다. 궈수칭(郭樹靑)건설은행회장이 BOA 사령탑과 전화통화를 한 직후다.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금을 뺀다면 향후 BOA는 중국시장에서 국물도 없다'라는 식의 압력이 가해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BOA가 돈을 뺀다면 우리(중국)도 미국국채를 팔아치우겠다'는 으름장을 놨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UBS가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스위스 간 이해관계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중국 언론에 등장한 한 소식통은 "중국 은행에 자금을 쏟아부은 골드만삭스, 시티 등 대부분의 미국 금융기관들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중국투자자금을 회수하려 한다"며 "그러나 미국 국채를 볼모로 잡은 중국이 이를 쉽게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중국에 코 꿰인 셈이다. 그러기에 UBS의 중국은행 지분 매각은 엉뚱하게도 두 슈퍼파워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흐르고 있는 묘한 역학관계를 노출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 투자기관을 봇물에 가둬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각 해외 금융기관들은 누가 먼저 빠져나가나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UBS가 먼저 이탈한 것이다. 봇물에 작은 구멍이 생긴 셈이다.

세계 금융업계는 지금 중국이 그 구멍을 틀어 막을 수 있을 지, 아니면 구멍이 커져 결국 봇물이 터질 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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