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연설 화두는 ‘청주 프레스 공장’과 ‘세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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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2일 신년 국정연설은 평소 화법 그대로였다. 다양한 예와 경험담을 앞세워 얘기를 풀어가는 게 이 대통령 대화 스타일이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각종 정책까지 사례를 들어 발표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 지원대책과 관련, “청주의 한 프레스 공장은 근로자를 해고하는 대신 휴직 처리하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개부터 했다. 그런 뒤 “이러한 경우 정부는 근로자 임금의 최고 4분의 3까지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1인 창조기업 창업지원책에 대한 발표도 “고추장 손맛이 뛰어난 할머니가 사업가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예로 가름했다.

또 이 대통령은 ‘세 할머니 얘기’를 통해 감성적 접근도 시도했다. 최근 자주 화제로 삼고 있는 가락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밤새 목도리를 짜 보내준 해외동포, “각자 일에 충실하자”고 말한 돼지갈비집 주인과의 일화를 되풀이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세 할머니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른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따뜻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앞 부분에 “지금 국민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며 “(전화번호)129를 누르면 위기에 처한 가정을 찾아가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했다”고 직접 정책 안내도 했다.

연설 내내 이 대통령의 표정은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한 듯 엄숙했다. 또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와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말할 때는 단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당초 이날 연설은 2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다소 느리게 연설문을 읽어 10분 가까이 초과됐다. 연단 왼쪽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이 앉아 연설장면을 지켜봤다.

이날 원고는 연설 시작 40여 분 전에야 확정됐다. 이 원고를 위해 청와대에서는 지난해 12월 중순 박재완 국정기획 수석과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이 초안 작성에 돌입했다. 이후 박형준 홍보기획관, 이동관 대변인,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 등도 원고 작성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수차례 독회를 거친 뒤에도 마지막까지 원고를 다듬었다. 이렇게 완성된 원고에는 ‘위기’라는 단어가 29차례나 등장해 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날 연설에 대해 “듬직한 황소와 같은 ‘일꾼 대통령’의 열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대통령이 자기 반성 없이 국회 탓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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