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중기인 모임 八起會 동병상련 사장들 붐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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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들어 3월까지의 어음부도율이 7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등 기업도산이 늘어나면서 부도의 쓴 경험을 한 중소기업인들의 모임인'팔기회(八起會)'가 다시 북적거리고 있다.특히 최근 한보.삼미등의 부도여파로'돈가뭄'이 심해지면서 부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상담차 문을 두드리는 동병상련(同病相憐) 사장들이 부쩍 늘고 있다.

팔기회 윤한기(尹漢基)사무국장은“안산등 공단에 입주하면서 3년거치 5년상환등 조건으로 빌린 자금의 거치기간이 끝나 상환압박감에 시달리거나 한보철강 협력업체와의 거래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최근 많아졌다”고 말했다.

올들어 지난 15일까지의 팔기회 방문상담 건수는 1백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20건에 비해 약 30% 늘었다는 것.지난 2월까지만해도 하루 1~2명이 찾아왔으나 3월말부터 갑자기 3~4명으로 늘고,전화상담도 하루 6~7건

에서 10여건으로 증가했다.상담내용은 주로 ▶부도를 낼 경우의 법적 책임문제▶위기에 몰린 회사를 살리는 순서▶경영애로 사항 진정등이다.

지난 19일 팔기회 사무실을 찾은 플라스틱 사출업체 金모사장은“수출물량 주문이 지난해말부터 30%나 떨어져 언제까지 버텨낼지 모르겠다”며“이 고비를 넘길 방법을 상의하러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어“임금이 싼 동남아 국가들의 공세에 대비하지 못하고 설비를 늘린게 화근이었다”며“사업확장 욕심이 생길 때가 조심해야 할 고비라는 것을 깨달은 셈”이라고 한탄했다.

팔기회 분석에 따르면 부도위기업체의 유형은 연매출 20억원 안팎의 중소업체가 대부분으로 플라스틱

사출.가구.도자기.봉제.가방.신발.자동차부품등 업종이 많은 편.

팔기회는 지난 92년 부도를 냈거나 부도경험이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교환과 재기를 돕기 위해 남재우(南在祐.나전모방 사장)회장등이 만든 모임.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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