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장엽 양녀 박명애씨 중국선양서 단독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아빠를 믿어주시고 망명의 참뜻을 헤아려주세요.”

황장엽(黃長燁)전북한노동당비서의 서울도착 소식을 전해들은 양녀 박명애(朴明愛.34)씨는 20일“노령에 위장병으로 고생하시는 아버지가 두달간의 긴장된 생활 속에서 혹 건강을 해치지나 않았을까”라고 걱정부터 했다.黃씨 망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은신생활중인 朴씨는 중국 선양(瀋陽)근교의 한 별장에서 은거후 외부인으론 중앙일보기자와 처음으로 만났다.

-당신이 黃비서 망명에 깊이 개입했다는게 사실인가.

“터무니 없는 낭설이다.망명당일인 2월12일 베이징(北京)출장을 다녀온 직후 평소 알고있던 사업가가 서울에서 연락해 처음 알았다.망명 당일 김정일 55회 생일(2월16일)축하단으로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신변에 상당한 위협을 받는 것으로 아는데.

“(朴씨는 이 대목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잘못 알려진 사실로 자신이 그동안 당한 피해와 고통을 털어놓았다)黃비서 망명이후 외부인과의 접촉이 처음이다.외부연락도 일절 끊고 외출시에는 가발과 선글라스로 변장을 한다.한국의 관계당국과 북한

대사관.중국 공안에서 모두 나를 찾으려고 혈안이 돼있다.옌볜(延邊)의 우리 집에도 북한사람들이 들이닥쳐 걱정이 여간 아니다.”

-黃비서 망명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망명동기나 배경등 지금 당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당연히 많으리라 생각한다.망명서신이나 서울도착 성명등에서 밝힌 내용에 일관되게 나와있는 아빠의 뜻을 깊이 헤아려주기 바란다.시간이 흐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권력투쟁에 패배,망명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아빠는 훌륭한 인격자로 조국과 인민을 배반할 분이 아니다.한평생 북에서 걱정없이 살 수 있다.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측과는 현재 어떤 관계인가.

“모든 무역거래가 중단되고 결제대금도 다 떼이게 생겼다.북한당국은 내가 黃비서의 망명과 깊이 연관돼 있다고 아직 오해하고 있어 걱정이다.하지만 차차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다시 대북(對北)무역을 재개할 예정이다.”

-黃비서를 만날 계획은 없는가.

“아빠가 내 안부도 무척 걱정하고 계실거다.만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지금 서울로 가면 북한도 더 오해할테고 게다가 나는 중국공민 신분이다.”

-망명이후 黃비서의 북한가족 소식을 들어보았는가.

“얼마전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들었다.처음엔 무사하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아니란 소식이 더많다.아무래도 충격적인 일이니….”

-黃비서의 양녀가 아니라는 소문도 있는데.

“(웃음)공연한 얘기다.내가 유년기일때 양녀가 됐다.아빠의 망명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라 본다.”

(朴씨는 그러나 어렸을때 양녀가 된 사연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현재 집필중인 자서전에 모든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계획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지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중이다.며칠전 급성맹장수술을 해 몸이 불편한 상태다.좀더 시간을 두고 생각하겠다.”

선양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명흥경무공사(明興經貿公司)를 통해 그동안 북한에 상당량의 곡물을 지원해온 朴씨는“7월까지 3백만 정도의 식량이 부족할 것”이라며“조속한 지원이 없으면 북한동포들이 다 굶어죽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녀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응낙한데 대해“한국언론들의 黃비서 작문을 자제토록 경종(警鐘)을 울려달라는 취지”라며 말을 맺었다. [선양=이영종 기자]

<사진설명>

황장엽씨와 수양딸 박명애씨의 다정했던 한 때.朴씨는 자신이 黃씨 망명에

연루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