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 북한 기아 보도 경쟁 - USA이어 WP.LA타임스등 특파원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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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언론들의 북한 기아에 대한 관심이 최근 부쩍 높아지고 있다.USA투데이와 워싱턴포스트.LA타임스등 미국의 유력지들이 앞다퉈 북한의 기아에 관한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간 기아취재를 허용하지 않던 북한이 최근 토니 홀 미 하원의원 일행과 함께 방북한 USA투데이 기자의 현장 취재를 허용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이다.대북 식량지원 활동을 벌여온 미국내 민간기구(NGO)들은 그간

북한에 대해 언론의 현장취재를 허용해야만 식량지원 활동이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득해왔으나 북한은 최근까지도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었다.

그러나 USA투데이 보도에 이어 워싱턴포스트.LA타임스등 미국 유력지들은 최근 압록강변의 중국.북한 국경지역에 순회특파원을 보내 북한의 기아문제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자 1면 중국 단둥(丹東)발 기사에서“길가에 버려진채 굶어 죽은 것이 명백해 보이는 어린이 한명과 거의 죽게된 어린이 두명을 보았다”는 중국인 트럭 운전사의 말을 전했다.

북한에 최근 들어갔던 중국인들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굶주림으로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구걸을 하기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몰려들고 있으며 어른들도 농사를 짓기엔 너무 약해졌고 농사를 짓더라도 수확할 힘이

없어 보인다는 말도 인용되고 있다.또 북한TV가 방송한 김일성생일 헌화장면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며 주민들은 위대한 지도자의 영도력을 더이상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이와 함께 북한은 부패가 중국보다 더 심하고 식량거래가

끊겼으며 식량을 도둑질한다는 말도 인용됐다.

LA타임스의 소니 애프런기자는 16일 중국 투먼(圖門)과 옌지(延吉)에서 만난 북한주민과 중국인 방문객의 말을 인용해 지난 95년부터 최소한 10만명이 영양실조와 추위.약품부족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북한 여행객이 전

하는 가공할 기근'이란 제하의 이 기사는 지난 95년7월 김일성 사망 직후부터 식량배급이 끊겨 굶주림과 콜레라로 수천명씩 죽어갔고 지난 겨울 탄광지역에서만 최소 2만명이 아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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