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 이전] "안 갔으면" "꼭 왔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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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방침을 접한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수도권을 떠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고객이나 서비스 수요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데다 이전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180개 이상의 기관을 지방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방침이 확인되면서 내부적으로 이전 희망지역을 공모하거나 물색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직원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세 군데의 후보지를 정해 이미 이전계획을 제출했으며 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공공기술연구회 등 연구기관은 이번 기회에 대덕연구단지 내 한 캠퍼스로 모이기를 희망했다.

인천공항공사.화성외국인보호소 등 수도권이 관할 구역이거나 국립서울병원.경찰병원 등 수도권의 복리후생에 관련된 기관들은 수도권 잔류가 허용될 전망이다.

외교안보연구원.중앙토지위원회.국립영상간행물제작소.남북회담사무국 등 20여개 기관은 소속 부처가 움직이면 같이 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한전.도로공사 등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대규모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방세를 깎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이전 부지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알선해 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은 여전히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지방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 연구개발협력에 차질을 빚는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전 비용이 엄청나다" (건설기술연구원, 정통부 전산관리소)에서 "현재 사무실이 있는 곳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준점이 있어 이전하기 어렵다"(국토지리정보원)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 세들어 있는데 다른 곳에 건물을 살 형편이 못된다"(교통개발연구원.대학교육협의회)는 읍소형도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불가피하게 이전하더라도 서울에 필요한 사업은 서울에 잔류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서울사무소가 본사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전 희망 지역이 몰리는 것도 문제다. 정부 부처와 밀접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지 인근이나 강원도 원주 등 수도권 인접지역이 제1의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 산하 5개 연구회, 42개 연구기관 중 수도권에 소재하는 33군데를 대상으로 이전 희망 여부를 설문 조사한 결과 신행정수도 인근 지역으로 집단 이전하겠다는 기관이 20곳에 달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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