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1년 해인사 폭격명령 불복" 장지량 前공군참모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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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지량(張志良.73.사진)전공군참모총장은 국내는 물론 중국.미국등 전 지구촌으로 번져가고 있는'팔만대장경에 새 생명을'캠페인을 지켜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한국전쟁 당시 공군 중령이었던 張씨가 군인정신만 고집하며 상부의 명령대로 해인사를 폭격했더라면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겠구나 하는 아찔함 때문이다.

“51년7월 어느날 경남 산청경찰서에서 해인사가 빨치산에 점령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이 사실을 보고하자 즉각 미군비행고문단의 폭격명령이 떨어지더군요.그러나 빨치산 패잔병들이 거점확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식량을 구하러 해인사에 들어

왔다는 판단이 앞서더군요.그래서 끝까지 버텼습니다.”

미국고문단의 윌슨 장군이 이승만(李承晩)대통령에게 張씨의 명령불복종을 항의하자 李대통령도 총살이 아닌'포살(砲殺)'을 들먹이며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정렬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방패역할을 맡고 나섰다.장지량 장군과 함께 해인사 폭격에 맞섰던 김영환 대령의 형이기도 했던 김정렬씨는 팔만대장경을 지켜야겠다는 張씨의 뜻을 위로 전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張씨가 몰았던 전투기는 5백파운드짜리 폭탄 2개를 적재하는 F-51이어서 만약 폭격이 이뤄졌다면 팔만대장경은 순간 재로 변했을 것이 뻔하다.

“불교신자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팔만대장경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어요.그런데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게 당초 팔만대장경의 제작이 의도했던 불력(佛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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