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만 300여명 대참사 - 회교성지 메카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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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메카=외신종합]전세계에서 2백여만명의 순례자가 운집한 사우디아라비아 회교성지 메카의 야영지에서 15일(현지시간)큰 불이 나 최소한 3백명이 사망하고 1천3백여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사우디아라비아 민방위국은 메카 인근 미나평원의 야영지를 휩쓴 이날 불로 2백17명이 숨지고 1천2백90명이 다쳤다고 공식발표했으나 목격자들은 다수의 압사자를 포함,사망자만 최소 3백여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 불은 회교도들의 성지순례 행사인'하지'에 참석한 신도들을 위해 마련된 야영지 안의 한 파키스탄인 천막에서 정오 직전 시작돼 섭씨 40도의 건조한 기온과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천막촌 전체로 번졌다.정확한 화재원

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점심을 준비하던 간이 가스조리기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5시간가량 계속된 이 불로 25평방㎞에 이르는 야영지에 밀집해 설치돼있던 7만여동의 크고작은 천막이 모두 불탔다.희생자들은 주로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요르단 순례자쪽에서 많이 나왔다.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가스로 인한 화재가

자주 발생하자 가스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야영지 곳곳에 붙여놨으나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문맹이어서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당국은 불이 나자 헬기와 소방차를 동원해 진화에 나서는 한편 메카에 있는 모든 병원에 비상동원령을 내렸다.그러나 야영지 천막들이 너무 빽빽히 들어선 바람에 소방차와 앰뷸런스의 진입이 어려워 희생자가 늘었다.

회교 성지순례 의식'하지'

이번 화재 참사는'하지'라고 불리는 회교의 성지순례 의식 도중 발생했다.

하지란 회교 달력으로 12월7일(4월14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회교 창시자 마호메트의 탄생지인 메카와 그 근교 아라파트산,그리고 미나계곡을 순례하는 의식이다.회교도들에게는 일생에 한번은 꼭 참여해야 하는 회교 5대의무중 하나로

올해도 무려 2백여만명의 회교도들이 전세계에서 모여들었다.하지는 의식 3일째 되는 날 마호메트가 마지막 설교를 했다는 아라파트산에서 대규모 새벽기도회를 여는 것으로 절정을 이룬다.이번 참사는 순례자들이 이 행사를 갖기 직전 발생했

다.

하지는 그 성스러운 의미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데다 회교 강.온파간 정치적 충돌까지 겹쳐 매년 대형사고로 점철돼 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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