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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논술] 낙서는 내면세계를 표현한 예술 작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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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방> 미술과 표현의 자유는 바늘과 실 같은 사이

책상은 그림판으로 제격이다. 학생들은 낙서를 자기암시의 주문으로 삼기도 한다. [중앙포토]

낙서를 통해 내 마음대로 생각을 표현하고, 만화 캐릭터를 흉내내고, 신체의 일부를 그리다 보면 지루한 일상이 나름 즐거워진다. 낙서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원시인들이 동굴 벽에 남긴 그림이나 기호, 알 수 없는 형태의 기록 등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후대에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남긴 기록일 수도 있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별 의미 없이 그려놓은 것일 수도 있다. 동물을 그려놓고 벽화의 동물을 잡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마술을 걸기도 하고,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일 수도 있다.

화장실이나 집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낙서에는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내용부터 자신이 다녀갔다는 기록까지 다양하다. 혼자만의 공간에 야릇한 그림을 남긴 이들도 있다.

학교에도 낙서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학생들은 낙서를 통해 교과서 표지를 새로 디자인한다. 또 교과 이름을 고쳐 새 이름을 만들기도 하고, 표지 그림 안에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다른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책상은 특히 그림판으로 제격이다. 학생들은 만화 캐릭터를 그려넣기도 하고, 명언을 장식해 스스로를 일깨우는 자기암시의 주문으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낙서가 과연 미술일까. 만약 그렇다면 자신의 가치 있는 생각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 즉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낙서를 미술로 인정한다면 과연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현대미술은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를 인정해 만화를 예술 영역에 포함시키자는 의견과 통속성으로 인해 예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보는 미술에서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고 감상한다는 오브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현대 미술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호에는 이명옥의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을 통해 미술의 역사적 흐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또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교과서 관련 단원


국어 1학년 2학기
1. 능동적으로 읽기
(1)화가 이중섭 미술교과서 작품 감상 부분


<열려라 책>

『미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들』이명옥·다빈치 출판사

▶마음 열기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2004년 집필한 책. 작가는 그동안 대중미술의 전시장인 이발소에 걸린 그림들을 한 곳에 모은 ‘이발소 명화전’을 비롯해 교과서에 실린 미술 작품을 모아 전시한 ‘교과서 미술전’, 창의적인 그림들을 모은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전’ 등 다양한 기획전으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온 걸작을 친근하게 해설해 준다. 걸작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해 주고, 미술을 암기하듯 공부했던 학생들에게 현대 미술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현대 미술 작품은 상품화되고 다양해졌다. 의미 없이 그어진 선이 미술이 될 수 있다는 바실리 칸딘스키부터 화판에 직접 몸을 던져 표현한 잭슨 폴록, 색이 그려진 화판을 칼로 그어 진짜 공간처럼 느끼게 해주는 루치오 폰타나까지 예술 영역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책은 변하는 사물의 겉모습보다 변하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던 추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을 예술로 볼 수 있는 마르셀 뒤샹의 오브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지 작가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

▶논술 활동

비너스 상과 같은 조각이나 그리스 로마신화를 표현한 그림에는 남성과 여성의 나체가 많이 등장한다. 우리는 이것을 외설이 아닌 예술 작품이라고 한다. 과연 외설과 예술을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각자 생각나는 대로 써 보자.

▶넓혀 보기 - 깊이 생각하기

뒤샹의 ‘샘’은 기존의 상식에 도전한 작품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샘’은 예술작품인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해 보자.

<예술 작품이라고 보는 견해>

사람들이 소변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것을 순수한 눈으로 감상한다면 소변기가 얼마나 세련된 형태미를 갖췄는지 느낄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곡선과 순백색의 고상한 색감은 조각품을 뺨칠 만큼 아름답다.

<예술 작품이라고 볼 수 없는 견해>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 행위를 부정하고, 예술가가 에술이라고 말하면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반전통적인 뒤샹의 사상은 이미 만들어진 기성의 제품을 활용하는 것으로 예술의 창의성에서 벗어난다.

▶논술 창고 - 관련 도서

『한눈에 반한 서양미술관』 장세현·거인

르네상스부터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 작품 37점을 소개한 미술 안내서다. 서양 미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풍부한 배경지식을 배울 수 있다.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도 같이 읽어보자.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염명순·아이세움

네덜란드 후기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 미술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미술작품을 어떻게 감상하고 작품 속에 어떤 의미가 감춰져 있는지 실제 작품 사진과 함께 보여주는 교양 미술서다.

<독후 활동>

<문제1> 아래 작품의 미술적 특징과 감상을 정리해 보자

가.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

예시: -별이 빛나는 밤을 특이하게 표현했네. 하늘이라는 물결 속에 별과 달이 빛나는 듯해.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신비함도 느껴지고 생동감이 느껴져.

-미술시간에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기를,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정신병과 싸우며 그린 작품이라고 하셨어. 어떻게 보면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는 듯해.


나. 샘/ 뒤샹(왼쪽) 다. 구성 8/ 칸딘스키

<문제2> 각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 시대별로 나열해 보고, 앞으로 등장하게 될 현대 미술 작품의 소재를 추측해 말해 보자.

-시대별로 나열하기

-앞으로 등장할 미술 작품의 소재

<문제3> 네모 안에 있는 선에 더해 다른 종류의 선을 자유롭게 그어보자. 그림의 이름을 정하고 의미를 설명해 본 후 예술 작품으로 전시할 수 있는지를 ‘있다’ ‘없다’로 구분해 그 이유를 적어 보자.



◆오브제=영어의 오브젝트(object)와 같은 뜻의 물체 또는 객체라는 뜻.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이나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물을 말한다. 미술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제’와 대조적으로 쓰인다. 뒤샹은 1917년 기성품 변기를 ‘샘(泉)’이라는 주제를 붙여 전람회에 출품했다. 다다이즘 시대에는 이처럼 기성의 일용품이나 기계부품 등이 반예술적 행위를 나타내는 오브제라 할 수 있다. 또 종래의 전통적인 조각 형식을 타파한 구성작품, 예를 들면 움직이는 조각 모빌 등을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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