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내가슴에' 왜 인기끄나 집중분석 - 최진실.안재욱등 화려한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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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분명 재미있다.

MBC 월화드라마'별은 내 가슴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멋있고 예쁘다.그들은 근사한 곳에서 밀고 당기며 사랑놀음을 벌인다.못된 인간이 수시로 괴롭히지만 그들조차 웃기고 사랑스럽다.

얘기의 절반이 진행된 요즘 열명중 네명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별'을 빼놓으면 얘기가 안된다.

그 비결은 뭘까.

최진실.차인표라는 톱스타의 출연,디자이너.의류업체 사장.록가수등 화려한 직업군,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현란한 화면,여기에 고아소녀와 부잣집 도련님들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일본만화'캔디'를 교묘히 연상시키는 구성은 영상시대 신세대

는 물론이고 십수년전 이 만화의 열성팬들이던 주부들의 아련한 추억마저 간지럽히고 있다.

'사랑을 그대품안에'로 감각풍 드라마의 선두주자에 나섰던 이진석 PD는 영화'체인지'를 만들며 익힌 빛과 렌즈에 대한 테크닉을 유감없이 구사한다.형형색색 필터를 이용한 촬영,빛으로 만들어내는 강렬한 대비,넓은 시각을 만들어내는 카메

라워크등은 확실히 다른 드라마와 차별된다.

여기에 박원숙.박철.강남길등 조연이 벌이는 허를 찌르는 대사와 슬랩스틱류의 코미디 또한 감칠맛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는 가슴을 아련하게,또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살아 있다.강민역의 안재욱은 누구보다 이를 잘 소화해낸다.그는 이 드라마에서 웃고,울고,고민하고,화를 내는,'사람냄새'나는 유일한 인물이다.

여러가지 갑갑한 현실도 역설적으로 이 비현실적인 드라마를 밀어주고 있다.

한마디로 흥행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재미'는 순간적이고 소모적인 트렌디 드라마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탔다하면 외제차에 나왔다하면 호화저택,여기에 요정에서 함께 술마시던 아들에게 여자까지 제공하는 아버지도 이 드라마를 방송위원회 전체회의에까지 올려놓았다.

'스타는 만들어진다'는 신화조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MBC의 전략도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궁금하다.

'차인표 띄우기'에 나선 MBC는 모든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에 나섰다.지난달 22일'쇼 토요특급'에서는 립싱크 듀엣'허리케인 블루'를 흉내내도록 하고 31일'생방송 좋은 밤입니다'에서는 아내 신애라와 함께 출연시켰다.

또 안재욱이 각광받자 지난달 29일'쇼 토요특급'에서는 황급히 안재욱 스페셜까지 마련했다.

연기자가 연기가 아닌,지나치게 인위적인 방법으로 부각된다면 그것은 연기자 자신에게도 불행이다.하지만 이를 통해'된다'는 확신을 방송사가 갖게 될 경우(그럴 가능성이 높다)'억지춘향'의 작태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날 것이 뻔하다.방송사의 작태와 시청자들의 불쾌지수는 당연히 비례한다.

시청률이 급상승하자 당초 16부작에서 24부작으로 늘리겠다는 얘기도 들린다.'재미'는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논리가 당당하게 자리잡는다.

'별은…'는 재미있다.하지만 그'재미'에만 빠져들기에는 뒷맛이 그리 개운치만은 않다.'재미'를 강요당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그것은 곧 트렌디 드라마의 한계이기도 하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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