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해외브랜드 直진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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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L씨는 세계적 유명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서 파는 수입상이다.

몇년전부터는'까르띠에'를 수입해 서울의 어느 유명 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팔고 있다.까르띠에는 귀금속과 시계에 관한한 세계의 부호들이 즐겨 찾는'명품'.80년'서울의 봄'당시 신군부 실세의 부인이 차고 다녔다 해서 화제를 일으킨 적도 있다.

그러나 워낙 고가품이다보니 한동안 매출이 신통치 않다가 요즘들어 까르띠에의'명성'이 알려지면서“이제는 장사가 된다”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얼마전 백화점으로부터'심상치 않은'통보가 날아왔다.매장을 오는 20일까지 비워달라는 것이었다.

리뉴얼 작업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으나 자세히 알아보니 다음달 하순께 까르띠에 프랑스 본사의 직영매장이 바로 그 자리에 들어선다는 것이었다.

L씨는“그동안 터를 닦느라 무척 애썼는데 이제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으나 그로서는 달리 어쩔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들어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해외 최고급 브랜드는 비단 까르띠에 뿐만 아니다.세계 최고로 손꼽히는'루이뷔통'과 패션토털브랜드'페라가모',피혁 토털브랜드'테스토니'등은 이미 국내에 상륙해 여러 유명 백화점의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또 프랑스의 유명 패션브랜드인'샤넬'과'에르메스',이탈리아의 의류.핸드백등의 토털브랜드'구치'와'프라다',영국의 남성의류 전문브랜드인'던힐'등도 올해안에 한국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다간 한국시장이 조만간 세계'명품'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탈리아의'프라다'는 직접 진출하기 위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이러다간 한국시장이 조만간 세계'명품'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 가운데 특히'샤넬'은 다음달 서울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에 60여평 규모의 샤넬부티크를 열고 화장품 뿐 아니라 최고급 의류도 선보일 계획이다.백화점측은 샤넬부티크에서 월평균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의'프라다'는 6월말 서울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인 1백50평짜리 대형 직매장을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해외 최고급 브랜드들이 직접 진출을 꾀하고 있는 것은 한국시장의 무한한 잠재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심각한 불황의 그늘속에서도 소비재 수입이 괄목할만한 신장세를 이룩했다.향수가 전년대비 1백4.3%(2천5백만달러)의 신장률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모피의류 1백1.1%(1억2천만달러),핸드백 50.7%(1억1천만달러)

,구두등 신발류 65.3%(1천7백만달러),화장품 54.8%(2억4천만달러)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한국시장이 이렇게 좋으니 그동안 로열티 수입이나 수입상 판매에 의존하던 해외 유명브랜드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직접진출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아시아 최대시장

인 홍콩이 오는 7월 중국반환을 앞두고 하향세를 보이자 이번 기회에'물좋은'한국을 잡아두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외국 최고급브랜드의 대거 상륙은 라이선스 생산.판매업자와 수입상을 최대 피해자로 만들어놓았다.

한 수입상은“그동안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판촉비와 노력을 쏟아부었는데 본사의 일방적인 통고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잘 키워놓은 시장을 통째로 내줘 남좋은 일만 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백화점들도 이들 브랜드의 잇따른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롯데백화점 해외의류 담당 바이어 홍성우과장은“콧대높은 해외브랜드들이 한결같이 백화점내 가장 좋은 1층 입구매장을 달라는가 하면 임대료를 국내 업체들보다 싸게 해달라는

등 갖가지 무리한 요구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혜련 기자〉

<사진설명>

세계 유명 패션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함으로써 조만간 세계'명품'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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