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실업고 완전취업 - 작년 96.4% 기업체서 모셔가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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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미림여자전산고의 유칠룡(劉七龍)취업담당교사는 요즘 기업체들의 예비졸업생 알선 요구가 꼬리를 무는 바람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올 졸업생 4백9명중 대학진학자 41명을 뺀 3백68명 전원이 대기업.중소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에

는 벌써부터 3학년 재학생 (4백11명)에 대한 삼성.현대.대우등 대기업체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劉교사는“지난해 학생을 보내주지 못한 기업체들이'올해는 꼭 보내달라'고 부탁해서 고민”이라며 웃었다.

서울공고도 올해 졸업생 1천14명중 취업희망자가 1천6명이었으나 기업체의 요청은 1천7백60명이어서 학생들은 좀더 유리한 조건을 따져가며 전원 취업했다.

서울공고 한경호(韓京虎)취업담당교사는“7월까지는 수업을 해야하는데 벌써 학생을 보내달라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명예퇴직자가 늘고 대학졸업생들도 취업난에 시달리는 형편과는 대조적으로 기업체들 사이에 실업고 졸업생들에 대한 주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96학년도 실업고 졸업생 24만여명중 대학진학자 23%를 제외한 18만7천여명이 취업을 희망,그중 96.4%가 취업했다.

실업고생의 취업률(취업희망자 대비)은 93년 90.8%,94년 96.2%,95년 93.1%로 올해는 93학년도 이후 최고의 취업률을 기록했다.취업하지 못한 3.6%는 학생 스스로 포기한'자발적 실업'이라는게 실업고 교사들의 설명이

다.

덕수상고 주정락(朱貞洛)금융기관 취업담당교사는“힘든 일이나 중소기업을 피하려는 학생들이 많다”고 밝혔다.

농업.공업.상업.수해운계열중 공업계 취업률이 98.9%로 가장 높으며,특히 전국 9개 여자공고 졸업생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올해 처음 졸업생을 낸 인천여자공고의 서영일(徐榮一)교감은“취업희망자는 기계.디자인.전자계산기등 5개과에서 2백50명이었는데 기업체 요구는 8백명선이었다”고 밝혔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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