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미동맹, 발전적 새판짜기 모색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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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번 주와 다음 주 한국과 미국은 싱가포르(3일)와 서울(7~8일)에서 미래 한.미동맹의 성격과 동북아 안보 정세에 관한 중요한 회의를 진행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양국 국방장관이 아시아 안보와 한.미동맹, 주한미군 운영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서울에선 양국 국방.외교 전문가들이 제9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개최한다.

FOTA의 주 의제는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것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차제에 별도의 새 채널을 만들어 주한미군의 감축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해 이번 회담이 주한미군 감축을 위한 첫 회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변화된 국제안보 환경에 맞서 미국의 세계 전략이 변하고, 이에 따라 한.미동맹도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선 아무도 이의가 없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본격적인 병력 감축 및 한.미동맹 성격 재규정 협상을 보는 국민의 생각은 착잡하다. 하필이면 북한 핵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 동맹의식에 다소 껄끄러운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새판 짜기가 논의되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 일각에선 현 정권의 성향을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 정부는 자주외교를 강조하면서 미국과 따질 것은 따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이 자칫 그동안 다져온 한.미동맹의 신뢰를 흔드는 결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따라서 이번 일련의 새판 짜기 회담에선 일부의 불안심리를 말끔히 씻고, 한.미동맹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 높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각각의 회담이 별도의 논리대로, 작은 이익에 급급한 식으로 진행돼선 안 되며, 한.미동맹이란 커다란 틀 위에서 조율된 상태로 진행돼야 한다.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통해 감축 규모와 시기 등도 결정돼야 한다.

우리 국방력 증강도 단순한 전력 공백 메우기 차원이어선 곤란하다. 포괄적 국방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다. 촌보의 착오도 있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