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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법의 새 변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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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언론에는 북한 핵문제의 전망에 영향을 줄 만한 최신 보도들이 넘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그리 좋지만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최근의 사안들은 기껏 당사국에 협상의 지렛대를 찾을 시간을 벌어 준 정도다. 차기 6자회담의 기반을 준비하려고 연 실무그룹 회의는 별 진전이 없었다. 참가국들이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최근의 진전은 앞날이 더욱 험난할 것임을 암시한다. 북한이 상당량의 우라늄을 2001년 리비아에 제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면 북한의 우라늄 농축기술이 생각보다 더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런 프로그램이 없으며 어떠한 확인 시도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됐음을 시사하는 보도도 있다. 평양에는 상품을 쌓아놓은 시장이 몇 개 있다. 최근의 열차사고로 미국과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과 의약품을 포함, 세계 각국에서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이 쏟아져 들어갔다. 북한은 납북자 가족들의 일본 귀국을 이용했고, 중국이 6자회담에 남도록 하면서 일본과 중국에서 더 많은 지원을 얻으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한 북한이 핵문제에서 어려운 선택을 할 동기도 줄어들 것이다.

북한은 아마 주변국과 미국의 연합전선에 틈을 벌일 기회를 찾고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한 것도 그런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북.일 국교 정상화의 뜻을 밝힌 점도 그렇다. 중국이 6자회담에 북한이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도 분열주의적 전술을 쓸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라크 문제가 심각해지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시점에서 북한이 부시 정부에 양보해야 할 동기는 별로 없다. 북한은 미국이 주한미군의 일부를 이라크로 차출하는 것에 대한 한국의 비판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최근에 나온 전망이 모두 이처럼 스산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한 증거가 늘어나면서 이를 부정하는 북한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북한 열차사고의 현장사진에서 드러난 기간산업의 원시적 수준은 북한이 여전히 극도로 궁핍하며 이를 개선하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유가 상승은 북한의 경제 회생 노력을 어렵게 할 것이며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중국의 협상력을 높일 것이다. 리비아에 대한 제재조치 해제는 완전하고 증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 가능성을 확인시켜 줄 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그리 고무적이지 않지만 희망이 없지도 않다. 최근 동북아를 방문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은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닐 수 있다"고 인정했다. 나는 북한이 적어도 미 대선이 끝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미국과 한국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중대한 협상 재개를 앞두고 시간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확인 가능한 핵폐기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나는 양쪽 정부가 모두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도, 동맹국들의 힘을 모으지도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외교적 성과를 얻으려면 북한에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공동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선 북한이 완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에 동의하도록 할 적극적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CVID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경제.정치적 제재 조치와 같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선 이라크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11월 이후 (북한과) 할 심각한 협상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미국 국무부 차관.브루킹스연구소 소장
정리=윤혜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