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규명 수위조절로 공존책 - 영수회담 이후의 정국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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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영수회담으로 조성된 정치권의'봄바람'이 한보 문제에까지 미칠 것인가.신한국당은 그걸 간절히 바라는 눈치다.영수회담을 '한보 수렁'탈출을 위한 큰 계기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생각은 다르다.“경제는 경제고 한보는 한보다”는게 두 야당의 공식입장이다.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 대표는 2일 당무회의에서“영수회담은 그 시점과 의미로 볼 때 정국전환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이를 성공적인 방향으로 이끌수 있도록 주도하자”고 말했다.

신한국당은 한보 국정조사특위가 이미 채택한 증인 숫자(75명)를 야당이 시간부족을 이유로 40명선으로 줄이자고 제의한데 대해서도 반색했다.특위의 한 여당의원은“야당이 이제서야 흥분상태에서 벗어나는 것같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은“앞으로 야당 의원들이 무책임한 설과 소문으로 정치공세를 펼 때는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한다.당지도부도 특위위원들에게“야당이 정치공세를 펼 때는 곧바로 차단하는등 밀리지 말고 국정조사의 방향을 진상규명쪽에 맞추도록 노

력하라”고 지시했다.

…국민회의는 영수회담 합의문중“한보문제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문구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자 2일 당무회의 결의를 통해“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경제 살리기를 강조한 것일뿐 한보와 현철씨의 국정농단 규명을 소홀히 하겠다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며“한보 문제의 궁극적 뿌리는 92년 대선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선거자금 규명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金大中)총재는 박상천(朴相千)총무에게“청문회에 우리당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새삼 주의를 환기시켰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도 당무회의에서“영수회담 합의문 조항이 어떻게 표현됐든 그 문구를 갖고 흔들릴 이유가 없다”며“철저히 파헤치자”고 말했다.

또 한보특위 지원팀으로 배속된 전문위원 10명중 일부를 여야 경제공동대책위쪽으로 돌리려고 한 계획도 취소시켰다.

그러나 국정조사 수위(水位)는 다소 조절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양김(兩金)총재로서는'3김 시대'의 큰 버팀목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입지를 어느 정도는 살려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 증인 축소 배경에는 이런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여야가 현철씨 증언 청취 기간을 당초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기로한데서도 교감의 흔적이 엿보인다.

〈김석현.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경제부터 살리자”

영수회담에 따른 경제대책기구 구성을 위해 김중위.이해찬.허남훈등 3당 정책위의장(부터)이 2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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