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제주경마장 마필관리사 김승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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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마사회 제주경마장 마필관리사 김승운(金承運.29)씨는 말의 본고장 제주에서 말과 함께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경마장의 최고참 마필관리사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는데 먼저 이 일에 뛰어들었던 친구의 말에 한번 해보자고 발을 들여놓은 것이 천직이 돼버렸어요.”

서귀농고 토목과출신인 그는 87년 여름 도내 관광승마장에서 말관리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고 89년 겨울 제주경주마의 산실인 이 경마장으로 옮겼다.동료관리사 4명과 함께 관리하는 말은 모두 25마리.아침5시 기숙사에서 눈을 떠 마방

(馬房)에 아침식사를 주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매끼에 한마리당 3㎏정도의 건초.보리등을 주며,낮잠.식사.운동을 반복시킨 뒤 저녁무렵 말들이 잠들면 하루를 끝맺는다.

햇병아리시절이었던 88년 진드기약을 뿌리다 망아지 앞발에 채여 혼쭐이 난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그러나 말을 자신의 자식을 대하듯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허전하고,아픈 말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총각인 그는 자신이

돌보는 말들을 친자식처럼 생각하며 보살피던 말이 떠날 때는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같다.94년 겨울 우승을 연거푸 거머쥐던 2년생 암말'다가공원'이 조랑말 체격기준(신장 1백33㎝)을 넘어 경마장을 떠나야 했을때 흘린 눈물로'말귀신이

씌였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말을 사랑하는 그는 마필관리사를 업신여기는 제주사투리'말테우리'라며 놀려대는 친구들의 조롱도 이젠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필관리는 아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죠.그만큼 말을 관리할 뿐 전문화된 사람은 없어요.”라고 아쉬워하는 金씨는“여건이 허락되면 마주(馬主)가 돼 애마(愛馬)를 갖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제주경마장에서 말을 돌보고 있는 김승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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