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백일장>심사평 - 기본적인 틀 터득한후 내용 다듬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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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달의 응모작품들을 심사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시조의 기본 형식을 생각하지 않고 시라는 개념에서 창작한 작품들이 더러 눈에 띈다는 점이다.

시조라는 정형의 틀을 먼저 터득한 다음 내용을 가꾸는 작업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대체로 입선권에 든 작품의 수준은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높았다.

그중 한편의 사설이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다.

배양정의'입춘'은 사설의 가락을 느끼기엔 약간 거슬리는 점이 없지 않지만'햇살의 웃옷을 걷어 올려 달디단 젖을 빱니다'라든가'연두빛 싱싱한 수액,용서로 차오릅니다'등의 구절등 신선한 이미지가 장원으로 뽑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김종렬의'고등어를 구우며'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에 비해 이미지의 구체성이 미흡했으나 새내기로서의 신선함이 돋보여 차상으로 뽑았다.

차하로 뽑힌 최혜숙의'봄이 오는 길목'은 단수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으로 산뜻함이 보였지만 깊이의 문제를 생각케 하는 작품이었다.

'내 생명 멈추는 날까지 사랑으로 산다네'라고 종장을 마무리한'서울의 민들레''소쩍 새 인연 물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불심'이라고 도량의 풍경을 구도로 잡은 최종찬의'통도사',우리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사물놀이의 흥겨움을

형상화한'사물놀이'등은 상당히 오랜 수련을 거친 흔적들이 역력한 작품으로 입선으로 뽑았다.

한국 시조단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내일의 시조단을 이끌어갈 든든한 재목들을 찾고 거름주어 길러내는 중앙시조 지상백일장은 독자들에게 늘 열린 장일뿐 아니라 기성시조시인들의 관심도 지대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심사위원:윤금초.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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