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체르노미르딘 총리,재산 50억弗 - 취임 4년간 180배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미국의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미디어의 제왕 루퍼트 머독,CNN의 테드 터너와 견줄만한 러시아의 부호가 나타나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4년간 러시아 총리로 재직하면서 온건개혁파로 서방의 신망을 받아온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사진)로 개인재산이 약 50억달러(약4조5천억원)에 이른다.

물론 이것도 그가 자세히 밝히고 있지 않아 추정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훨씬 많을 수도 있다.프랑스의 일간 르 몽드는 28일자에서 체르노미르딘총리의 이같은 엄청난 재산은 지금까지 서구 최고의 자산가들로 알려진 신문재벌 머독이나 재력

을 앞세워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미국의 부호 로스 페로,국제적 뉴스 케이블 TV인 CNN 사장 터너등 세계적인 명사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신문은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재산은 그가 총리에 취임하던 때 2천8백만달러에 불과(?)했으나 4년만에 50억 달러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르 몽드는 이같은 사실은 작년 미 하원에서 루이스 프리 미연방수사국(FBI)국장과 존 도이치 전 중앙정보국(CIA)국장도 확인한 바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체르노미르딘 총리는 총리임명 전에 러시아 가스공사인 가즈프롬사의 책임자였으나 이 회사가 러시아 국내 가스시장의 독점공급권은 물론이고 서유럽 일부국가및 동유럽국가에 대한 가스수출도 독점해와 막대한 재산을 형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영화된 이 회사의 재산가치는 수조달러에 달하며 체르노미르딘도 일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92년부터 단행된 민영화 결과 수조달러의 재산가치가 있는 국유재산들이 일부 책임자들과 권력자들에게 헐값으로 불하되고 이를 불하받은 권력자들이 다시 이를 외국인에게 매각하는등의 방법으로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형성하고 있어 국민들의 반감이 대단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96년 7월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체르노미르딘 총리를 비롯한 신흥부호들의 재산형성 과정과 사유화 과정의 부패상을 조사하자는 결의를 하기도 했고 체르노미르딘도 국회에 출석,자신의 개인재산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

고 공언했으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