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말의미학>下. 국내가요-90년대 '래핑' 도입으로 "할 말 다한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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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노~오~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노란 샤쓰의 사나이'.1961)3음절과 4음절이 입에 딱딱 들어맞는 가사다.“이 세상의 부모마음 다같은 마음/아들 딸이

잘 되라고 행복하라고….”('아빠의 청춘'.1964)4-4-5의 음절 결합이 완벽하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너무나도 그리운 사람/갈 수 없는 먼곳이기에/그리움만 더하는 사연….”('미련'.1973)역시 4-4 혹은 4-5조를 벗어나지 않았다.음악 스타일이 많은 변천을 거듭한 80년대 이후에도 가사의 형식은 수정과

변형을 거치는 정도였다.'토크송'(혹은 개그송)이 있었지만'실험'이라기보다'장난'으로 대접받았다.

'킬리만자로의 표범'(1985)이'불후의 명가사'로 대접받는 이유는 현대인의 고독한 삶을 절절히 대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버스(verse:운율이 있는 노랫말)를 아예'명징한 발음으로 주절거리는'낭송으로 도배하면서 키보드의 대선율(大

線律)과 절묘하게 결합시켰기 때문이다.물론 코러스에서 고음의 절창도 백미.

이렇게'할 말'이 많아지면서 형식의 제약으로부터 탈피,여러 음절을 이어부르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 음악인들의 숙제였다.이 숙제는 90년대초 서태지와 아이들이 래핑(rapping)을 도입하면서 해결되었다.

이제 가사는 노래의 대상일뿐 아니라 떠벌임(래핑)의 대상이 되었다.신세대,네 멋대로 해라! 요즈음은 그것마저 정형화되고 있지만….한국사람들은 왜 이렇게'폼(형식)잡는'걸 좋아하지?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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