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몰 장병이 생존자보다 지능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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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이다’,‘아는 게 병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전쟁에 참가한 군인도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살아남은 스코틀랜드 병사들은 나치 독일군과 싸워 용감하게 목숨을 바친 전몰 용사들보다 지능 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딘버러대 심리학과 이언 디어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영국 정부의 문서 보관소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스코틀랜드 병사 491명은 1932년 11세때 실시한 IQ 테스트에서 평균 100.8점을 받았다. 하지만 생존자 수천명은 모두가 1921년생으로 동일한 IQ 테스트에서 평균 97.4를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스코틀랜드 남성의 지능 지수가 이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는 머리가 나쁜 사람은 입대를 거부당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 입대하지 않은 사람의 지능이 참전 후 생존한 사람에 비해 지능이 높았다. 전사자의 지능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계급별 지능 지수도 분석했다. 하급 사병은 전몰자의 5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데 평균 IQ는 95.3이었다. 장교들은 장교와 부사관은 각각 전몰자의 7%와 20%를 차지했다. 장교의 지능 지수는 121.9를 기록해 전몰 장병의 평균 지능 지수를 끌어 올렸다. 부사관의 지능지수는 106.7이었다.

디어리 교수는 “전투가 점점 까다로운 기술과 지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지능 지수가 높은 군인들이 전방에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똑똑한 군인들이 전투 임무를 잘 수행하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보다 위험한 상황에 뛰어 들게 되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연구는 ‘지능(Intelligence)’최신호에 게재됐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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