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중고가구수리 인기-새 제품 구입가 20-40%면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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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결혼 10년째인 김향자(38)씨는 버릴까 고민하던 헌 장롱을 새것처럼 고친데다 이사비용까지 줄여 일석삼조의 재미를 봤다.

김씨가 갖고 있던 장롱은 12자짜리로 구식에 흠이 군데군데 간데다 색깔도 결혼당시 유행하던 흑갈색으로 요즈음 유행인 아이보리색에 비해 뒤처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그래서 애초엔 서울 옥수동에서 마지막 전세살이를 청산하고 일산에 새집

을 마련해 들어가면서 장롱을 새로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가구점에 가니 구조도 비슷하고 같은 크기인데도 최소한 1백50만원,메이커제품은 3백만원을 훌쩍 넘어서자 마음을 달리 먹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을 바꿔 찾아간 곳이 중고가구수리점.흠집을 깜쪽같이 고치고 농문 2곳에 대형 거울을 새로 붙인데다 원래의 니스칠보다 훨씬 고급인 졸라톤을 사용해 아이보리색으로 색상을 바꿔 칠하는데 들어간 돈은 60만원이었다.

김씨는“60만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새로 구입하는 비용보다 최소한 90만원은 절약한데다 이삿짐이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 배달해주도록 맡김으로써 포장이사 비용을 10만원이나 할인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불경기가 경제전체를 짓누

르고 있지만 김씨네같은 알뜰가정이 늘어나면서 이사철을 맞은 중고가구 수리점은 오히려 호황이다.

지난해초 통일로변 일산가구타운을 중심으로 몇몇 업체가 등장하더니 지난해말부터 최근에는 성남.하남.광주(廣州)등 신흥 아파트도시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수도권에만 30여곳이 성업중이다.

서울시내에는 강한 칠 냄새로 인해 옥수동 SS디자인등 극히 일부만 영업하고 있다.중고가구 수리점 SS디자인의 이익수(47)사장은“최근에 나온 가구들은 디자인은 그럴싸하지만 대부분 얇은 합판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10년전 주종을 이루

던 베니어판 장롱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중고가구를 원하는 색상.모양으로 고쳐 쓰는 편이 더 튼튼하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사진설명>

본격적인 이사철로 접어들면서 헌 가구를 새것처럼 바꿔주는 가구수리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새 제품 구입비용의 20~40%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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