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일본 노무라증권 - 폭력단과 합작 時勢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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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쿄=이철호 특파원]창립 71년의 일본 최대증권사인 노무라(野村)증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신용이 생명인 금융회사가 범죄집단과 결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용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25일 도쿄(東京)의 노무라증권 본사와 주요경영진의 자택은 도쿄지검 특수부의 압수수색으로 쑥대밭이 됐다.기관투자가들의 거래중단으로 부동의 톱이었던 노무라의 주식시장 점유율은 지난주 4위로 추락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노무라증권의 탈법사실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다.

95년3월 노무라의 주식담당상무는 후지(富士)은행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주가를 끌어올린뒤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시세조작을 통해 3천8백만엔(약 2억7천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이 차익이 고스란히 입금된 곳은 엉뚱한 총회꾼(주주총회를 방해하지 않는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기는 폭력단)의 주식계좌.노무라는 오래전부터 총회꾼용 VIP계좌를 개설,일임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로서 저지를 수 있는 불법행위인 시세조작-일임매매-이익공여(중역이 회사이익을 딴곳으로 빼돌리는 범죄)등이 모두 동원된 셈이다.

그러나 세계 10위권 금융회사 진입을 눈앞에 둔 노무라왕국의 균열조짐은 91년 거품경제의 붕괴와 함께 진행됐다는게 정설이다.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본 폭력단의 위협에 굴복,큰손들에게 손실을 보전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부치 세쓰야(田

淵節也)회장등 수십년간 노무라를 떠받쳐온 기존인맥이 송두리째 몰락한 것이다.그 공백을 치고 들어온 것이 사카마키 히데오(酒卷英雄)노무라증권사장.

하지만 대타로 인식돼온 사카마키사장이 장기집권을 위해 핵심포스트에 자신의 인맥을 자꾸 심으면서 회사 내부의 갈등은 증폭됐다.이번에 극도로 민감한 회사기밀이 폭로된 것도 인사에서 소외된 사내인물의 투서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요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과 함께 게이단렌(經團連)이 노무라증권의 회원자격을 정지시키고 대장성도 6주이상의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릴 움직임이어서 노무라왕국의 원상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일본 검찰의 수사관들이 26일 노무라증권 본사에서 압수한 서류들을

조사하고 있다.깡패 조직과 연결된 총회꾼들과 불법 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도쿄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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