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성감별, 불법파견 근로자 사건 무료 공개변론 나서 승소 이끌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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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법무법인 화우의 박상훈(47·사진) 변호사는 올해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엄마 뱃속 아기의 성별을 의사가 미리 가르쳐 주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업무 이외의 일을 한 불법파견 근로자라도 파견 기간이 2년이 넘으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일반에 재판 모습이 공개되는 ‘공개변론’을 통해 판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과 달리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재판은 주로 법적용이 제대로 됐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의 경우 기록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헌재와 대법원 모두 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사건에 있어 공개변론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과 해당 분야 전문가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판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올해 공개변론으로 진행된 사건 가운데 헌재와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한 유일한 변호사다. 특히 두 사건 모두 실비 이외에 수임료를 받지 않았다. 수 개월에 걸쳐 이들 사건에 집중하느라 수임료가 높은 다른 사건들은 수임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변호사가 돈만 보고 변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승소해서 법이 바뀌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바뀌게 돼 보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태아 성감별 사건은 청구인이 우리 법인 소속 변호사였는데, 당시 독일 유학 중이어서 내가 사건을 맡게 됐다”라며 “원청업체 고용 의무 사건은 내가 노동법 전문이라서 맡게 됐다”라고 밝혔다. 두 건 모두 상당한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했지만 결국엔 모두 수임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개변론에 대해 “재판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라며 “공개변론을 하면 전문가 의견이 법관을 움직일 수도 있고 일반인의 공감대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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