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파 뮤지션들 앨범 '트레인스포팅' 붐타고 잇단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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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번주 소매상 판매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트레인스포팅'사운드트랙 음반에 수록된 개성파 뮤지션들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이들의 음악세계를 깊이 접할 수 있는 독집앨범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브릿팝에서 테크노와 환각적인 애시드 음악등 영국의 전통.최신 조류를 망라한 이 컴필레이션 앨범은 구미(歐美) 젊은이들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 개성파 음악인들을 한데 모은 보고로 평가된다.하나 국내에는 워낙 생소한 뮤지션들

이어서 이들의 음악세계를 알만한 독집앨범을 구해 듣기란 무척 어려웠다.

'트레인스포팅'바람을 계기로 이기팝.언더월드.블러등 뮤지션들의 독집이 잇따라 출시돼 매니어들의 갈증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우선 영화속에서'러스트 포 라이프'의 야생적 사운드로 한국 청중을 사로잡은 이기팝은 다음달말 편집앨범'더 스토리 오브 이기팝'(2장짜리)을 비롯해'팝송''파티''뉴 밸류''솔저'등 5개 앨범이 잇따라 출시된다.

디트로이트 출신의 50세인 이 노장 로커는 거의 알몸상태로 무대에 서고 몸을 자해하는 기행(奇行)을 통해 자유정신을 표현했고 음악도 아프리카 정글의 울부짖음을 연상시키는 거침없는 사운드로 펑크족의 대부가 된 사람.

의식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들으면 절로 흥겹고 들뜨게 되는 것이 이기팝 음악의 특징이다.'러스트 포 라이프(앨범)''블라 블라 블라''아메리칸 시저'등이 명반으로 꼽히지만 라이선스발매가 안돼 일부 소매상에서 수입판을 찾

아야 한다.

영화의 환각적 분위기를 극대화해 수록곡의 백미로 꼽힌'본 슬리피'를 부른 그룹 언더월드는 마약같은 느낌의 몽롱한 전자음에다 빠른 비트를 섞은'트리팝'장르를 선도하는 그룹.이들이 지난해'본 슬리피'를 삽입.발표한 2집'세컨드 터피스

트 인 디 앙팡'이 출시됐다.'2000년대의 박자'로 평가되는 분당 80~1백30비트의 빠른 테크노연주에 기계로 일그러진 목소리를 깐 노래들로 의미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분위기에 빠져들면 된다.영화에서 축 늘어진 기타반주가 인상적인

'싱'을 부른 그룹 블러의 최신앨범'블러'도 발매돼 있다.블러는 2년전만 해도 오아시스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브릿팝 멤버로 손꼽힌 그룹.그러나 브릿팝이 신선함을 잃고 상업적으로 치닫자 최근'브릿팝은 영국언론이 대미(對美)수출을 겨

냥해 급조한 복고풍 상품'이라며 그 죽음을 선언했다.신보는 그룹'오아시스'와 겨루던 시절의 팝스타일 노래들과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테크노풍의'에섹스 데이'는 그 개성을 맛볼 수 있는 대표적 노래.영화에서 여피족 분위기가 넘치는 유머러스한 곡'마일엔드'를 부른 펄프는 95년도 더블앨범'디퍼런트 클라스'가 1장짜리로 편집돼 나와 있다.오아시스.블러와 함께 브릿팝의 대표주자지만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펄프는 현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달콤한 멜로디등 국내팬에게 어필할 요소가 많다.발랄하면서 예측불가의 노래'디스코 2000''카몬 피플'등이 들을 만하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펑크록의 대부로 불리는 이기팝.본명이 제임스 오스터벅인 그는

고교시절'이구아나'란 록밴드를 결성,음악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이기'란 예명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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