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관객끌기 선물공세 영화는 뒷전 - 시계.반지에서 제주도 티켓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요즘 극장에 걸리는 대부분의 외화는 수십억원짜리다.한국영화의 경우에도 제작비가 웬만하면 10억원을 훨씬 넘는다.경제불황은 극장에도 찬바람을 몰고 와 영화사들은 늘어만 가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그러다보니 개봉영화의 손님끌기 작전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개봉전의 시사회에서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개봉일 첫회 관객에게 극장 입장료 보다 더 비싼 선물들을 나눠주기도 한다.수입사 혹은 영화사들의 홍보기획 대행업체들은 눈길끄는 이벤트를 열고 선물협찬을 받아오라는 주문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요즘 영화광고를 보면 어김없이 1회 관객들에게 주는 선물이 나열돼 있다.오리지널 포스터를 주는 것은 이전부터 행해져온 것이고'미스터 콘돔'에서 콘돔을 준 것은 어찌보면 애교지만 요즘엔 주는 선물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많다.

'섀도 프로그램'의 경우 선착순으로 손목시계를 나눠주었는가 하면 한국영화'용병이반'은 선착순 소수에게 50만원 상당의 예물시계를 나눠줬다.'필링 미네소타'는 10만원 상당의 청바지를,'러브 앤 워'는 은가락지를 제공했다.

22일 개봉한'라빠르망'은 1회 관객에게 미용실 무료이용쿠퐁,남성용 향수,청바지,반팔 니트,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등을 선물했다.

영화사들이 첫날 1회 관객에게 이토록 신경쓰며 선물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극장 앞에 영화도 보고 싶겠지만 사실은 선물에 혹한 사람들을 줄세워 놓고 우리 영화에 이렇게 관객이 많이 몰린다는 것을 연출하려는 의도다.

홍보이벤트에도 늘 선물과 경품이 따른다.

'홀리데이 인 서울'은 로케지인 제주도 한 호텔의 협찬을 얻어 1백쌍의 연인을 제주도에 초청하는 시사회를 개최했고'잉글리시 페이션트'는 개봉전날 남녀 대학생 각 1천명을 초대해'시네마 미팅'을 시켜주고 그중 추첨을 통해 15만원짜리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또 정장을 한 여자관객만을 초청,베스트 우먼을 뽑아 상품권을 수여하기도 했다.

'홀리데이 인 서울'은 개봉일인 22일 서울극장에서 즉석 접수를 받아 예쁜 다리를 뽑는 다리모델 콘테스트를 실시해 본선 참가자 전원에게 구두를,당선자에게는 제주도 호텔의 로열패키지를 수여했다.또 1회 여성관객에게는 립스틱을 주었다

.

이런 경품공세와 홍보이벤트 횡행에 대해 뜻있는 영화인들은 우려를 나타낸다.사실 극장 입장료의 10% 수준을 넘는 가격의 선물공세는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영화관람태도를 왜곡시킨다는 것이다.20대들이 벌써부터 공짜에 익숙해

지고 운이 좋으면 고가의 물건도 받아가니 사행심이 안생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극장에 와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인데 선물을 보고 오는 관객이라면 영화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실제로 재미없는 영화의 경우 경품만 받아들고 돌아가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더 재미있는 것은 선물공세가 흥행결과에 실질적인 도움이 안됐다는 이야기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