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Animals Like Us’가 ‘동물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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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s Like Us』. 런던 대학 버벡 칼리지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마크 롤랜즈가 쓴 이 책의 제목을 한글로 옮긴다면 어떤 표현이 적합할까요. 직역하면 ‘동물들은 우리(인간)를 좋아한다’거나 ‘우리(인간)와 같은 동물들’정도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국내에 소개된 이 책의 번역본 제목은 『동물의 역습』(윤영삼 옮김, 달팽이, 392쪽, 1만5000원)입니다.

인간을 대할 때와 똑같은 관심과 배려로 동물을 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제목만으로는 ‘인간의 학대를 참다 못한 동물들의 반란’을 다룬 책으로 읽힙니다. 내용 중에서 굳이 ‘동물의 역습’을 찾는다면 전체 11개의 장 중에서 광우병 등을 다룬 마지막 장 정도입니다.

출판사들이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번역서의 경우 무엇보다 원서의 제목과 내용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글자 수에 대한 제한이 여간 고민이 아니랍니다. 게다가 독자가 현재를 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맞는 감성구조와 언어구조를 갖춰야 한답니다.

제목은 독자들이 두툼한 책의 내용을 단박에 파악하게 하는 ‘키워드’입니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동물의 역습』이라는 제목은 ‘Animals Like Us’라는 영어책의 번역본으로는 두 가지 다 실패한 듯합니다. 좀스러운 지적이라고요? 누군가는 ‘디테일이 곧 스케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북리뷰 행복한 책읽기’는 번역서의 제목에 원서의 제목을 함께 달기로 했습니다. 그런 작은 정보도 인터넷 바다에서는 엄청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미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정명진 기자 Book Review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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