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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밝혀진 ‘애덤 유괴사건’의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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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7년 전인 1981년 살해된 애덤 월시(당시 6세)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애덤을 살해한 범인은 내 아들의 생명과 우리 삶을 파괴한 죄로 감옥에서 단 하루도 살지 않았습니다. 다른 살인 사건으로 복역하다 사망한 그는 앞으로도 대가를 치를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린 살인자가 누구인지 밝혀지고, 우리 인생의 한 장(章·chapter)이 비로소 끝난 것에 만족합니다.”

어린 아들이 유괴범에 의해 살해된 지 27년4개월 만에 범인을 확인한 미국인 존 월시(52)는 16일 자신이 진행하는 폭스 TV의 범죄인 수배 프로그램 ‘미국의 현상범(The America’s Most Wanted )’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플로리다 주 경찰은 이날 미국과 한국 등 각국의 어린이 유괴 수사에 큰 영향을 미친 ‘애덤 월시 사건’의 범인이 1996년 사망한 살인범 오티스 툴이라고 밝히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새로은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1981년 7월 27일 플로리다주 할리우드 주변 쇼핑몰. 여섯 살 난 애덤은 엄마 리브를 따라갔다가 엄마가 전등 가게에 들어간 사이 근처 비디오 게임방에서 놀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5분 뒤 실종됐고, 2주 뒤인 8월 10일 집에서 190㎞ 떨어진 운하에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툴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으나 여러 차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애덤이 실종된 지 일주일 뒤 경찰은 툴의 자동차를 잃어버렸다. 그 차 카펫에 혈흔이 있다는 걸 알고서도 차량을 증거물로 확보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DNA 테스트를 하지 못했다.

툴은 2년 뒤 다른 살인 사건으로 잡혔다. 그는 애덤을 살해했다고 두 번 말했다가 번복했다. 그리고 수백 건의 살인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거짓말을 한다고 보고 치밀한 추궁을 하지 않았다. 툴은 감옥에서 사망하기 직전 조카딸에게 애덤 살인범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애덤의 아버지 존은 97년 『분노의 눈물(Tears of Rage)』이란 책을 썼다. 거기서 그는 “경찰의 수사 행태는 용서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맹비난했다. 엉터리 수사를 한 경찰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말 할리우드 서장으로 승진한 채트윅 와그너가 애덤 사건을 최우선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이 많은 잘못을 했다”며 “애덤 부모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툴이 범인인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존은 플로리다 고급 호텔의 임원이었다. 그런 그가 아들의 사망과 경찰의 수사 태도를 보고 TV 범죄인 수배 프로그램 진행자와 사회운동가가 됐다. 그는 미아 찾기와 범죄인 체포 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의원들에겐 실종된 어린이를 찾고 유괴범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입법을 하라고 요구했다. 애덤 사건에 치를 떤 많은 사람이 그의 운동에 동참했다. 의회는 82년 미아법을 제정했다. 실종된 어린이에 대한 정보를 연방수사국(FBI)의 국가범죄 컴퓨터에 기록하고, 실종 신고가 이뤄지면 과거처럼 72시간 동안 기다리지 않고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의회는 84년 ‘미아와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전국 센터(NCMEC)’도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6년 성범죄 전과자를 추적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애덤 월시 어린이 보호 및 안전법’이라고 명명했다. 툴이 어린이에 대한 성도착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의 운동으로 ‘코드 애덤’이란 말도 생겼다. 이는 대형 상가 등에서 미아 신고가 접수되면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출입구가 봉쇄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에도 도입됐다. 존은 “범인을 모르고 산다는 건 고문이었다”며 “이제 끔찍한 여행은 끝났지만 내가 해 오던 운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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