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황장엽 비서 머물 10여곳 사전에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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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황장엽(黃長燁)북한 노동당비서의 필리핀 체류기간중 신변보호는 필리핀군정보국(ISAFP)이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군정보국은 한국측 관계기관과 협의,黃비서를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멀리하고 있다.黃비서의 신변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신변의 위협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ISAFP는 당초 黃비서의 필리핀 입국지점으로 수비크 국제공항과 92년까지 미군이 공군기지로 사용했던 클라크 공항.빌라모 공군기지등 세가지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수비크와 빌라모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자 막판에 클라

크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체류장소도 마찬가지다.군정보당국은 열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옵션(선택대상)을 준비해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가운데는 클라크 공항이나 마닐라 육군기지와 같은 군기지도 있지만 외딴 곳에 떨어진 독립가옥이나 별장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자유무역항으로 변한 수비크내 옛 미군 휴양시설,산간고원 휴양지인 바기오의 외딴 별장,마닐라만(灣)에 산재한 섬에 있는 '안가'(安家)등이 다'작전대상'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분야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시간과 장소를 복수로 준비하는 것은 요인경호의 기본”이라면서 “마지막 순간에 장소를 확정하는 것은 원칙중의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래야만 경호정보의 사전누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한 소식통은 黃비서의 바기오 체류설에 대해“언론의 관심이 그쪽에 쏠렸다면 절대 그곳은 아니다”면서“설사 그곳이 맞다 하더라도 언론이 관심을 갖는 순간 다른 곳으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호책임자들 입장에서 가장 간편한 방법은 일반인의 출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곳으로 요인을 이동시키는 것이다.군기지가 바로 그런 예다.기지내에 경호대상 요인이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시설만 갖춰져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黃비서의 체류장소는 미군들이 사용하던 각종 편의시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클라크 공항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닐라=배명복 기자]

<사진설명>

황장엽북한 노동당 비서가 체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중 하나로

거론된 바기오의 전 미국대사관저. [바기오=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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