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시위대 한때 국영 방송국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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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테네의 NET-TV 방송국에 들이닥친 학생 10여 명은 콘스탄티노스 카라만리스 총리의 연설 방송을 중단시켰다. 대신 카메라로 자신들이 들고 있던 현수막을 비추도록 했다. “TV 시청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가라” “체포된 사람을 모두 석방하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크리스토스 파나고폴로스 NET-TV 사장은 “시위대가 카메라 작동법과 스튜디오 운영 등에 대해 잘 아는 듯이 보였다”고 말했다. 점거 도중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부상자나 체포된 사람도 없었다. 북부 테살로니키의 3개 라디오 방송국에도 시위대가 진입했다. 시위대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방송해줄 때까지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16일(현지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의 법원단지 바깥에서 각목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경찰이 맞서고 있다. [테살로니키 AP=연합뉴스]


2~3일간 모습을 감췄던 시위대·경찰 간의 폭력 공방도 재연됐다. 아테네 경찰본부 건물에는 다시 화염병과 돌이 날아들었다. 건물 바깥에 주차돼 있던 차량 7대와 경찰 버스가 불탔다. 북부 테살로니키에서도 시위대 300여 명이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맞서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15세 소년이 경찰에 쏜 총에 맞고 숨진 후 시작된 그리스의 반정부 시위는 이날로 11일째를 맞았다. 상점 등 수백 곳이 파괴돼 재산피해 규모가 15억 유로(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00곳 이상의 중·고등학교가 휴교에 돌입했고 수십 개 대학이 시위대에 점거돼 있다. 체포된 시위대 숫자는 이미 300명을 넘었다. 야당인 사회당은 “그리스인들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현 정부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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